열네 번째 시 | 2011년 12월 <스물둘의 겨울 2>
몇 번이고 주어지는 숙제들
문제의 답, 진로의 답, 사랑의 답, 인생의 답
나에게 숙제를 내는 이, 채점하는 이는 누굴까
끝없는 문제 풀이에 지쳐 백기마냥 티슈를 흔든다
그러나 지나칠 수 없는 것들
답을 낼 수 없다 하여 답 없이 살 수 있냐는 물음
풀이 없이 숨만 쉬며 살아가는 건 당연치 않다
인간의 복잡한 사고회로 탓이지 또, 지겨운 머리통
열일곱이던 나의 뇌를 지배한 생각은 여전
삶은 회색, 인생은 회색의 그러데이션
그래서 내가 벽을 회색으로 칠하고 싶었나
고개를 드니 분홍 벽지가 가식적으로 웃는다
기껏 태어났더니 기필코 죽으라는 것도 모순
얼씨구 어제 왔던 회색놈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생각의 종착이 늘 모순이었던 것도 그 이유였나
아니, 내가 유별나게 생각하는 건가 절씨구 또 왔네
스물둘에 남겨두었던 메모장 속 몇 가지 글귀들을 차례대로 꺼내고 있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내릴 수 없어 괴롭던 마음을 담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