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시 | 2011년 12월 <스물둘의 겨울 4>
너무 느리게도 너무 빠르게도 아닌
그저 한 번쯤 뒤돌아봐도
또 돌아봐도 여유 있는 그런
시간에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 나만의 나이를 만들어가는
그렇게 1분 1초를 흘려보내야지
보내는 게 아니라 남겨가야지
현실의 고리는 놓지 않되 집요히 공상하고
창의적인 부스러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지
늘 오류 없이 올바를 수 없는 것이 인간
그 인간이라는 옷을 입은 죗값을 평생 치르듯
뇌라는 주머니를 아름다운 생각으로 채워야지
그 아름다운 생각들로 따뜻해진 마음
그리고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사랑을 전해야지
스물둘에 남겨두었던 메모장 속 몇 가지 글귀들을 차례대로 꺼내고 있어요.
저때도 저는 되고 싶은 게 참 많았네요.
2011년에는 '인간이라는 옷'이 묵직하고 답답한 겨울 코트 같았다면,
2025년인 지금은 가볍고 편안한 바람막이로 느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잘 나아가고 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