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또, 나를 달래는 글

괜찮아지는 방법은 이것뿐이라서, 또.

by 풀 그리고 숲

남들이 볼 때는 일상적인 하루일 텐데 오늘은 유독 틈틈이 눈물이 난다.


주말부터 열 감기가 걸린 아이는 다행히 활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지만, 해열제로 낮춰두면 또다시 오르고 해열제로 누르고 열이 오르고의 반복이라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 5월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친정에 다녀오느라 아기 밤잠 패턴이 꼬여서 어제도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는데, 그래놓고 아침 6시부터 깬 아이는 피곤한지 감기 때문에 힘든 건지 내내 칭얼거렸다. 보통은 밤에나 할 법한 잠투정을 아침에 하더니 한 시간을 애매하게 낮잠 자고 일어나 오전 10시부터 또 보채기 시작.


아직 제대로 말을 못 하는 아이도 얼마나 힘들까 싶지만 그걸 이겨내는 부모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안아줘도 보채고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거부하고 괜찮은 듯하다가도 우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길고 길었던 오전의 네 시간. 오늘은 종일 집에 데리고 있을까, 어린이집에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남편의 조언대로 얼떨결에 등원을 시키고 집에 오니 눈물이 흘렀다.


그런대로 할만하고, 잘하고 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육아는 불시에 사람을 무너뜨린다.


아침에 아이가 잠깐 낮잠을 자는 동안 핸드폰 앨범에 있는 엄마 사진을 보며 잠깐 울었는데, 아이를 보내고 나니 품에서 보채던 아이가 생각나서 괜히 눈물이 흘렀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과 육아로 지친 감정이 뒤엉키며 걸핏하면 눈가가 젖는 오늘.


목표로 한 동화와 시나리오를 쓰느라 브런치에 시도 못 쓰고 있고, 창작을 이유로 일을 줄인 것에 대한 부담감과 남편을 향한 미안함, 그리고 오늘 써야 할 시나리오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오늘, 그런 것과 별개로 마음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 때문에 힘들고 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그리워하느라 힘든 이 순간.


괴로운 감정은 늘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은 쉽게 정리되지 않아 답답하다. 결국 마음을 다독이려 적어보는 일기 아닌 일기...


엄마한테,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면 감정 해소에 좀 도움이 되려나.


엄마, 항상 그립고 보고 싶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보고 싶어요. 누구나 다 해내는 일일 뿐인데 왜 이렇게 지치고 힘든지 모르겠어요. 지금의 저보다 더 어리고 경험이 없는 엄마는 어떻게 저를 길러내셨을지 고맙고 미안하고 그때의 엄마가 안쓰러워요. 엄마가 안 계셔도 우리 민형이 아껴주고 관심 가져주는 가족들이 너무 많지만, 저도 어느 날은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며 웃고 울고 싶어요. 민형이가 이렇게 예쁜 짓을 했다, 이렇게 힘들게 했다 떠들고 싶어요. 그럼 엄마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들어주실 텐데. 엄마가 한 번만 안아줘도 힘든 마음이 금방 달래질 것 같은데. 엄마란 참, 자식에게는 평생 그런 존재인가 봐요. 오늘도 저는 기억나지 않는 기억에 의존하며 버텨요.


민형아, 쑥쑥 자라느라 애쓰고 있는 우리 아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기. 뱃속에서부터 오늘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엄마 눈에 가득 넣고 엄마 품에 가득 안고 있는데도, 네가 이만큼이나 컸다는 게 신기하고 대견하고 기특해. 민형이도 하루하루 자라느라, 세상을 새롭게 받아들이느라 너무 힘든 것도 많고 아플 때도, 지칠 때도 많을 거 같아. 얼른 민형이랑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우리가 감정으로 마음으로 얘기 나누는 지금이 나중에는 그리울 거라 생각하며 최대한 마음의 레이더를 예민하게 가동하고 있어. 오늘 아침에는 엄마도 아빠도 많이 힘들었어. 원하는 게 있다면 해 주고 싶은데, 민형이가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엄마 아빤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데, 못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애정이 필요한 투정이었는지 어떻게 해도 민형이를 진정시킬 방법을 모르겠더라. 엄마는 민형이에게 언제나 안정감을 주고 싶어. 민형이가 지긋한 나이가 될 때까지 주변에 있어주고 싶어. 바람은 그것뿐이야. 그러면서도 내면에는 하나하나 잘 해내고 싶나 봐. 그래서 가끔 눈물이 나. 사람이니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하고. 엄마 개인의 꿈과 목표로 힘들거나 고민이 될 때도 많고. 엄마가 가끔 단단하지 못하고 무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가끔은 이해해 줘. 엄마도 민형이처럼 하루하루 쑥쑥 자랄게. 내일은 좀 더 튼튼한 엄마가 될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엄마 다시 힘낼게. 너와 함께하는 시간도, 엄마가 쓰고 싶은 글도 충분히 열심히 해보고 싶어.


나중에 다시 읽으면 조금은 얼굴 붉힐 오늘의 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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