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좋아하고 싶었다고 말해

by 풀 그리고 숲

오랜만의 감정이다. 묘한 기분 나쁨.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김새도, 옷차림도, 표정과 말투, 괜히 다 거부감이 든다. 왜 그런 거지?


고민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이유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퍼포머’처럼 느껴진다는 것. 말하지 못한 이유는, ‘도대체 왜 저렇게 당당한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는 것.


“나의 삶을 사랑하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자!” 강조하는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나의 감정. 그래서 오랜만의 감정이라 말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10년 전? 15년 전?


그들을 싫어하기는커녕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솔직해서 좋단다. 그런 이야기들을 서스름 없이 말할 수 있는 게 멋지단다. 그 당당함을 닮고 싶단다.


나는 진실된 사람이지만, 매번 솔직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릇된 사람, 가면을 쓴 사람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몇 가지를 아주 완벽하게 감추면, 사람들은 드러난 모습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며 나름의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고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진심과 솔직은 다른 건데.


몇 가지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가감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들었나 보다. 그 거부감은 어디서 생겨났고 어떻게 확장된 걸까?


그래, 내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거였구나.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너무 잘 해내고 있어서. 내가 하기 싫은 것들을 당당히 해 버려서. 멋지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멋있게 해내서. 그 이야기들로 공감을 얻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어서. 이거, 사실은... 부러움이 아니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다잡기 위해 채찍을 휘두른다. “그들은 나를 몰라.”, “그들의 행보는 이미 박수받고 있어.”


잠깐. 등줄기가 오싹해지지만. 혹시 나는 그 혹은 그들을 좋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누군가를, 또는 무엇을 제대로 싫어하려면 그 이유들을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래, 당분간 좋아해 보자.


나는 오늘 그 이름을 검색했고, 그의 인터뷰와 기사를 읽어봤으며, 그들의 SNS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마음을 품은 채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하필 유튜브에 그들의 영상이 떴다. 난 봤고, 가만히 집중했다.


생각하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꿈에 나오면, 꿈 때문에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내 무의식에 그 사람이 앉아있었나’ 생각하게 되는. ‘왜?’, ‘그렇다면 언제부터?’라는 생각이 계속 반복되는 그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적 느낌... 그와 유사한 오늘의 자그마한 생각 고리.


그의 작품을 하나 둘 찾아봐야겠다. 일단 좋아해 보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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