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도 될까요
멍청한 밤을 보내고 있다. 반복되는 나의 겨울, 여러 계절, 그리고 멍청한 밤. 스탠드 조명의 오렌지빛으로 채운 따뜻한 방 안과 대조되는 깜깜하고 서늘한 밖. 이런 날 창 너머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유리창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야 한다. 유리창에 코를 갖다 대고 아파트 정문에 장식된 (성의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를) 반짝이는 나무를 한참 바라봤다.
'침엽수에 아무렇게나 전구를 휘감아두면 대충 크리스마스트리 느낌이 난다 이건가?' 그러고 보니 경비소장님은 언제 전구 장식을 했지? 귀찮은 표정이었을까, 기대하는 표정이었을까? 아무렴 어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귀찮은 표정으로 장식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눈길을 사로잡으니 그걸로 되었고, 상상 속 심드렁한 표정마저 꽤 귀엽게 느껴지는 것을. 은은하게 반짝이는 것들은 대체로 아름다우니까, 고마울 따름.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뒤늦게 눈이 내려 쌓였음을 알아챘다.
이렇게 멍청한 밤, 정리할 수 없는 감정과 갈 곳 잃은 잡념, 부유하는 불안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사실 크게 궁금하지 않지만, 궁금한 척해본다. 잠든 가족을 깨울까 작게 틀어둔 음악과 지금 내 마음이 얽히면서 만들어진 멍청한 밤, 멍청한 분위기, 멍청한 눈, 멍청한 손과 느릿한 타이핑 소리. 두근거리는 심장, 이 박동은 불안의 표식일까 그저 살기 위한 템포일까. 사실... 이것도 궁금하지 않다. 그냥 지금의 내 기분과 심장 박동을 가만히 느낄 뿐. 오늘 멍청한 밤을 보내고 있는 나는, 편안했다가, 불안했다가, 숨 가빴다가, 벅차오른다.
주말마다 글을 남기기로 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구나. 덕분에 그냥 흘려보낼 소소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깊게 더듬고 있다. 마치 와인을 음미하듯 감정 속을 나뒹굴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아무렇게나 떠올리니, 흰 팔레트 위에서 색색의 물감을 이리저리 바르며 온몸으로 뒹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게 지금 내 기분이겠지. 어린 날에는 나의 일렁이는 감정선을 쫓아와줄, 이해해 줄 이가 없다는 생각에 울적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 와 느끼는 건데, 그때 나는 너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