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따로 있다.

나를 이루는 조각들

by 글쓰는 트레이너


공이 날아올 때, 나는 겁먹지 않았다.

친구들이 피하던 그 순간, 나는 그 공을 잡아버린다.

피구대회는 내게 경기 그 이상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리더십이라는 걸 경험했다.


나는 리더로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학창 시절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던 피구 경기에서,

다른 하나는 어쩌다 맡게 된 밴드부에서였다.


나는 체육부장을 맡진 않았지만, 피구대회 시즌이 다가오면 늘 자연스럽게 반 친구들을 이끌며 연습을 도왔다.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패스 연습을 하고, 실제 경기처럼 공을 피하거나 받는 훈련을 함께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내가 속한 반은 거의 매년 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딱 한 번, 아쉽게도 준우승을 한 적도 있지만.) 상금으로는 반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 먹었다.


피구는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다. 그래서 이 대회가 매년 열렸던 이유도 학생들 간의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공을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어서 경기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았다. 강하게 던지는 힘은 없었지만, 타이밍을 잘 읽을 줄 알았다. 운 좋게 반에는 늘 공을 잘 던지는 친구가 한 명쯤 있어서 서로 역할을 보완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전략을 짜는 데 재미를 느꼈다. 패스 중에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으니 가능한 한 안정적인 패스를 중요하게 여겼다. 상대를 코너로 몰아가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친구에게 공격을 맡겼다. 그래서 우리 팀은 패스 훈련에 특히 집중했다.


누군가는 벽 앞에서 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방식이 공을 무서워하는 친구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고 느꼈다. 억지로 두려움을 없애기보다는, 내가 대신 받아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피구는 끝까지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상대를 얼마나 아웃시키느냐였으니까.


우승할 수 있었던 해에는 반 친구들이 기꺼이 나의 전략을 따라줬다. 하지만 준우승을 했던 해에는 몇몇 친구들이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내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팀워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좋은 성과는 열심히 따라준 사람 덕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 먼저 따르는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국영수 과목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리더십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이었다.


그러나 리더십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밴드부에서는 실패를 경험했다. 기타를 조금 친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나에게 리더 역할을 맡겼지만, 나는 음악에 감이 없었다. 합주의 조화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음악 자체를 어렵게 생각했다.


막상 연습을 이끌 때는 자신감이 없었다. 리더는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아마도 ‘리더를 내려놓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을 당시엔 몰랐던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더 알려는 노력은 해봤지만 여전히 관심이 잘 생기진 않았다. 냥 이도저도 아니었다.


지금의 나라면, 흐름을 더 잘 볼 줄 아는 친구에게 자리를 넘겼을 것이다.


이 두 가지 경험에서 나는 분명한 차이를 느꼈다.

그건 '관심 있는 것' '관심 없는 것'의 차이였다.

관심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는 리더로 나설 수 있었다.

반면,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자신도 없고, 주도하기도 어려웠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더 분명하게 안다.

관심 있고 아는 분야에서는 누구보다도 주도적이고,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따르고 배우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경험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그 판단이야말로 진짜 리더에게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대학교 시절,

괜히 압박으로 과대표를 맡았다가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 감각 없이 나섰을 때,

나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은 언제, 어떤 순간에

리더로 나섰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조용히 한발 물러나며,

누군가의 뒤를 따랐던 순간이 떠오르시나요?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지금의 나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아 있요?

금요일 연재
이전 07화사랑하되 닮지 않기로 했다: 부모로부터 배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