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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03화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못 가는 세상
#03. 선비도 금수저 집안만 살만했다지
by
목양부인
Nov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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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간이 목표다
.
그저 보통의 사람.
남들과 차이 나지 않게 평이한 삶.
사람들 사이에 잘 섞여서 튀지 않고 조화롭게.
평균치에 가까운 안정적인 포지셔닝이 좋다.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라는 옛말은
오버하거나 무리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며
안
빈
낙도를 지향하는 나의 가치관에 가깝다.
토너먼트식 경쟁도 싫고 돈이 목표도 아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룰을 지키며 계속 나아가면
돈은 언젠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줄 알았다.
하여, 내가 제일
꺼
렸던
재
테크
방식은
누군가는 꼭 손해를 보는, 그러니까 뒷사람의
눈탱이를 치고 부를 얻어 시세차익을 누리는,
이를테면 주식, 코인, 그리고 부동산이었다.
대책 없이 어리석고 철없는 식견이 아닌가
!
자연인으로 숲에 적응하며 살 게 아니고서야
움직이고 성장하고 한 계단 씩 올라가야
한
다.
가만히 서 있으면 떠밀리다 떨어져 죽는 게임.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판 맵 아닌가!
학개론에서는 갭을 지렛대 이론으로 풀이했다.
자기 자본이 부족하면 부채를 이용해 산다고.
집을 몇 채씩 가지고 갭을 통해 사업소득을
만드는 방식은 여전히 탐탁지 않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너무나도 올라버린 집값에
갭을 통해서라도 더 어릴 때
집을
확보하지
못한 과거의
나
에게 화가 나고 후
회
스럽다.
이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집이 집을 사주는 시대라 할 수 있으니.
쇼핑하듯 집을 사는 날이 온 것이다.
그런 세상과 담을 쌓아두고는 마치 은둔자처럼
집에서 공부
하
면서 생각이 점점 삐뚤어져간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빠듯하게
진도를 쫓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동영상을
1.5배속으로 8강씩 연이어 보고는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집값 랠리는 쉬지 않았다.
메뚜기마냥 펄쩍펄쩍 잘도 튀어 오른다.
어디로, 언제 튈지 방향도 가늠할 수 없다.
그럴수록 내가 엄한데 시간 쓰는 게 아닌지
답답하고 불안한데,
속도 모르고 엉덩이가
찹쌀떡처럼 납작하게 퍼져
가
고 있다.
어떻게 운동해서
뿔낸
엉덩이인데...
앉아서 공부하니 질펀해지고 살이 오른다.
승모근 또한 귀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운동은커녕 스트레칭조차 소홀했던 것.
옷태가 달라
지
자 밖에 나가기도
꺼
려진다.
오
랜만에
만
나 얼굴 보자는 약속도 귀찮고
별 뜻 없는 말에도 기분 상하는 날이 많다.
단톡방 안에서조차 나는 말수가 줄어들었다.
집 얘기를 하면 왠지 대화에 끼기가 어렵다.
아는 것도, 경험도, 가진 것도 없기 때문에.
인성이 망가지는 것 같고, 점점 더 부정적인
마인드로 나를 어둡게 칠해가는 느낌이 든다.
입문까지만 볼 걸 괜히 공부를 계속한다 해서
스스로 히키코모리의 삶을 만들고 있나
?
공무원, 임용고시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인성 파탄에 반쯤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내 집 한 칸 없다는 불안감.
남들 다 준비했는데 나만 뒤처지는 열등감.
내일 되면 집값이 또 오를 것 같은 초조함.
그리고 주눅.
주눅이 든다.
그야말로 위축되는 것 같다.
내 집이 없으면 밥을 먹어도 허하고
근거 없이 자신감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가족운동회
에
나만 엄마없이 혼자 온 것
마
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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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사회구조
일상에세이
Brunch Book
무주택 포비아
01
무주택 포비아
02
그래서 공부를 해보기로
03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못 가는 세상
04
나만 없어 재산세
05
경매는 어떤 사람들이 뛰어드는가
무주택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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