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는 어떤 사람들이 뛰어드는가

#05. 줍줍도 이제 다 끝났다고..

by 목양부인



멘토가 경기도 어디 지방법원으로 불렀다.

안 바쁘면 나와서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요즘은 대학생이든 아기 엄마든 너나 없이

다들 경매로 뛰어드는 판인데,

앉아서 책과 동영상 공부만 하지 말고

현장을 직접 보면서 좀 느끼라는 것이다.






미션도 있다.

멘토가 일정이 조금 꼬여서 촉박하다며

매각 입찰에 필요한 최저 입찰 보증금을

은행에서 수표로 좀 바꿔달란 부탁이다.


내가 아는 자기앞수표는 드라마의 재벌들이

돈 자랑을 한다던가 여주인공이 못된 어른

봉투 돌려리는 장면으로나 봤을 뿐인데,

나 같은 서민도 수표 발행이 가능했었다니!

오, 뭔가 나도 플렉스한 부자가 된 것만 같다.


그러나 가치에 비해 얇디얇은 종이 한 장

가방에 찔러넣고 열차로 113분 달려가려니

혹시라도 분실하지 않을지 간이 쪼그라든다.

플렉스는 개뿔. 나노 입자보다도 가는 마음.







당일 경매가 진행되는 법원 대기 의자에는

사람이 꽤 모여있었다. 다들 어디서 받았는지

전단 같은 종이를 손에 들고 있는데, 왠지

나만 못 받고 들어온 느낌? 너무 프리한가?...

스터디 카페를 다니던 시기라 수험생답게

옷입고 다녔더니 동네 마실 룩 같긴 하다.


멘토를 만나 같이 다니면서 나중에서야

드디어 나도 그 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엑셀로 정리한 당일 매각 물건 리스트와

경매 무료 교육 홍보 전단, 대출 안내 광고,

법무사와 은행 명함 등... 흥. 별것도 없구먼.






멘토는 고심 끝에 입찰표를 작성하고

곳곳에 도장을 찍은 후 내가 바꿔온 수표를

지정 봉투에 넣어 진지한 표정으로 제출했다.

신분 확인 후 서류 봉투는 투명 상자에 담겼다.


경매 결과 발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입찰한

물건부터 순서대로 진행된단다. 멘토가 참여한

물건은 인기가 없는지, 결과 발표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 지루했던 나는 발표하는 족족

1위, 2위, 3위 가격을 엑셀표에 받아 적었다.






내가 여기까지 지하철로 113분 타고 온 건

사실 최저 입찰 가격의 매력 때문이다.

물론 그 돈 역시도 대출을 안아야 하겠지만

시세보다는 확실히 낮긴 했으므로. 그런데,

낙찰된 가격을 모두 받아 적으면서

최저입찰가 그대로 경매에 참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웃돈에 웃돈을 얹어, 아니 심지어는

백원 십원 일원 단위까지 기입한 경우도 있다.

고심하고 경쟁을 의식하며 어렵게 써낸 것.


경매도 이미 레드오션이라더니...

무주택 탈출은 경매로도 항이 예상된다.








대학생같은 친구들도 낙찰에 성공했다.

캠퍼스 근처의 자취방 용도로 산 것 같은데

부동산을 일찍 알고 빨리 움직이는 그 모습이

왠지 부럽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친구들아, 너희 이다음에 결혼할 때쯤

생애최초 주택 대출은 못 받을 수도 있단다.

(괜히 부러워서 막 뱉어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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