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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05화
경매는 어떤 사람들이 뛰어드는가
#05. 줍줍도 이제 다 끝났다고..
by
목양부인
Nov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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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가 경기도 어디 지방법원으로 불렀다.
안 바쁘면 나와서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요즘은 대학생이든 아기 엄마든 너나 없이
다들 경매로 뛰어드는 판인데,
앉아서 책과 동영상 공부만 하지 말고
현장을 직접 보면서 좀 느끼라는 것이다.
미션도 있다.
멘토가 일정이 조금 꼬여서 촉박하다며
매각 입찰에 필요한 최저 입찰 보증금을
은행에서 수표로 좀 바꿔달란 부탁이다.
내가 아는 자기앞수표는 드라마의 재벌들이
돈 자랑을 한다던가 여주인공이 못된
어른
께
봉투 돌려
드
리는 장면으로나 봤을 뿐인데,
나 같은 서민도 수표 발행이 가능했었다니!
오, 뭔가 나도
플렉스한
부자가 된 것만 같다.
그러나 가치에 비해 얇디얇은 종이 한 장
을
가방에 찔러넣고 열차로 113분 달려가려니
혹시라도 분실하지 않을지 간이 쪼그라든다.
플렉스는 개뿔. 나노
입자보다도 가는 마음.
당일 경매가 진행되는 법원 대기 의자에는
사람이 꽤 모여있었다. 다들 어디서 받았는지
전단 같은 종이를 손에 들고 있는데, 왠지
나만 못 받고 들어온 느낌? 너무 프리한가?...
스터디 카페를 다니던 시기라 수험생답게
옷입고 다녔더니 동네 마실
룩 같긴 하
다.
멘토를 만나 같이 다니면서 나중에서야
드디어 나도 그 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엑셀로 정리한 당일 매각 물건 리스트와
경매 무료 교육 홍보 전단, 대출 안내 광고,
법무사와 은행 명함 등
... 흥. 별것도 없구먼.
멘토는 고심 끝에 입찰표를 작성하고
곳곳에 도장을 찍은 후 내가 바꿔온 수표를
지정 봉투에 넣어 진지한 표정으로
제출했다.
신분 확인 후 서류 봉투는 투명 상자에 담겼다.
경매 결과 발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입찰한
물건부터 순서대로 진행된단다
. 멘토가 참여한
물건은 인기가 없는지, 결과 발표까지 한참
을
기다려야 했다. 지루했던 나는 발표하는 족족
1위, 2위, 3위 가격을 엑셀표에 받아 적었다.
내가 여기까지 지하철로 113분 타고 온 건
사실 최저 입찰 가격의 매력 때문이다.
물론 그 돈 역시도 대출을 안아야 하겠지만
시세보다는 확실히 낮긴 했으므로. 그런데,
낙찰된 가격을 모두 받아 적으면서
최저입찰가 그대로 경매에 참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웃돈에 웃돈을
얹어,
아니 심지어는
백원 십원 일원 단위까지 기입한 경우도 있다.
고심하고 경쟁을 의식하며 어렵게 써낸 것.
경매도 이미 레드오션이라더니...
무주택 탈출
은 경매로도
난
항이 예상된다.
대학생같은 친구들도 낙찰에 성공했다.
캠퍼스 근처의 자취방 용도로 산 것 같은데
부동산을 일찍 알고 빨리 움직이는 그 모습이
왠지 부럽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친구들아, 너희 이다음에 결혼할 때쯤
생애최초 주택 대출은 못 받을 수도 있단다.
(괜히 부러워서 막 뱉어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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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경매
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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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03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못 가는 세상
04
나만 없어 재산세
05
경매는 어떤 사람들이 뛰어드는가
06
31회 공인중개사 시험 후기
07
랜선 임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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