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는 아무거나가 아니야 – 결정 뒤에 숨은 마음》
“오늘 뭐 먹을래?”
“…아무거나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아무거나 먹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냥 고르기 귀찮았을까?
고양이 엄마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조용히 눈썹을 한 번 찌푸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거나는 아무거나가 아니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배고팠고, 누군가 대신 정해주길 바랐고,
어쩌면 괜히 내 선택이 탓받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마음속에 먹고 싶은 게 있어.
근데 네가 선택하지 않으면,
상대가 잘못 골랐을 때
그 탓을 네가 안 해도 되니까.
그래서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아무거나’는 편한 말 같지만,
사실은 책임 회피이자 감정 미루기였다.
결정은 내가 안 하지만,
결과엔 입을 대고 싶은 그런 마음.
“아무거나”라고 해놓고
정작 누가 메뉴를 정하면
“아… 그건 좀…” 하며 찡그리는 나.
그게 진짜 아무거나일까?
고양이 엄마는 내 표정을 읽고
덧붙였다.
“넌 아무거나가 아니라,
‘고민 중’이야.
그냥 말 안 하고 있는 것뿐.”
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찔렀다.
맞다.
나는 마음속에 이미 정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말을 아꼈고, 결정을 넘겼고,
그게 편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네 감정도 누가 대신 책임 못 져.
정하고, 말하고, 감수하는 게 어른이야.”
그 말이 나를 한참 멍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자주 ‘아무거나’라는 말 뒤에
스스로를 숨긴다.
갈등이 싫고, 탓받기 싫고,
귀찮고, 피하고 싶어서.
하지만 그건 결국
내 감정조차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무거나’라는 말을
좀 더 신중하게 쓰게 됐다.
정말 다 괜찮은 건지,
아니면 그냥 결정하기 싫은 건지
내 마음부터 솔직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네가 안 고르면, 네 마음도 못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