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워시를 샴푸로 썼을 때 생기는 일》
오늘 아침도 시작은 평화로웠다.
고양이 가족의 막내,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뜨끈한 물에 몸을 적시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대로 샴푸를 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1분, 2분, 3분… 계속 문질러도 거품이 안 났다.
"이게 뭐야, 샴푸 왜 이래!
싸구려 아니야 이거?"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머리를 보며 투덜댔다.
묘하게 미끄럽고, 기름진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욕실 커튼이 스르륵 열리더니
고양이 엄마가 팔짱을 낀 채 나타났다.
그 표정은 ‘이건 놓치지 않겠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너 지금 머리에 바디워시 바르고 거품 안 난다고 화낸 거야?"
"…네?"
나는 그제야 내가 짜서 쓴 것이
‘헤어 클렌징’이 아니라
‘시트러스 바디 클렌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넌 항상 그래.
뭘 잘못 써놓고선, 왜 결과가 이상하냐고 따지지."
"그냥 눈이 부셔서 그랬지… 향은 괜찮았는데…"
엄마는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말했다.
"살면서 일이 잘 안 풀릴 땐,
먼저 내가 뭘 잘못 집었는지 봐야 해.
거품이 안 난다고 무조건 세상을 탓하진 말자."
나는 머리를 헹구며 생각했다.
아, 이건 그냥 머리 문제가 아니었구나.
요즘 내가 불만만 많았던 이유도,
어쩌면 샴푸가 아니라
내 태도의 문제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샴푸 한 통,
인생을 맑게 헹궈주는 교훈이었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 땐,
먼저 내가 뭘 썼는지부터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