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도대체 왜 젖은 수건을 좋아하는 걸까. 축축한 기분이 좋은 걸까? 남편에게 왜 젖은 수건을 좋아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어느 날 남편은 거봉을 사 왔다.
“여보! 내가 거봉 사 왔어!”
“어? 나 거봉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 진짜? 그럼 내가 다 먹지 뭐.”
“당신은 날 잘 모르는 거 같아.”
그러자 남편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신기한 게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대꾸를 잘 안 한다.
그래서 내가 몇 번을 똑같이 반복해서 말하게 한다.
“당신은 날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러면 남편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야. 그냥 거봉이 눈에 보여서 사 온 거니까, 별 것 아닌 것에 의미 두지 마!”
“그럼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난 자기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키위, 오렌지, 레몬!”
남편은 큰 시험에 든 듯 눈알을 굴렸고, 갑자기 딴짓을 했다.
아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틀림없다.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몰라!”
“별 것 아닌 걸 왜 자꾸 물어봐!”
남편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별것 아닌 것’
그리고 그 표현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중요하지 않은, 의미 없는, 쓸데없는. 그는 왜 그걸 별것 아닌 것이라고 표현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는 게 별것 아니라고? 어처구니가 없어 남편을 째려본다.
나는 그가 말하는 별것 아닌 것에 관심이 많다.
남편의 흰머리 개수, 로션 냄새, 나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속옷 색깔까지.
남편은 요리할 때 내가 옆에서 주방 보조를 해주길 원한다.
내가 요리할 땐 보조자(남편)가 필요 없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별 것 아닌 것엔 남편의 요리가 있고, 주방 보조도 있다.
아침에 나를 억지로 깨워 물을 마시게 하는 것도 ‘별것 아닌’ 행동에 속한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나보고 꽈배기 빵을 에어프라이어에 넣어달라고 했다. 속으로 ‘별 것 아닌 걸 시키네.’라고 생각했다. 졸린 눈을 비비고 꽈배기 빵을 툭 – 에어프라이어에 떨어트렸다. 그러더니 그 꽈배기 빵을 나보고 먹으라고 했다. 아침에 빵 안 먹는 걸 알면서,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거야 말로 진짜 '별것 아닌' 것을 시킨 ‘별일’이다.
남편이 내 말에 제대로 대꾸해주지 않을 때처럼 내 기준에서 남편이 이상 행동을 하면 나는 ‘별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별 것 아닌 일’에 의미를 두는 별난 성격이라고 한다.
우리는 주로
나와 그의 ‘별일’과 ‘별것 아닌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서로 피곤한 얼굴로
“진짜 별것 아닌 일에 힘쓰지 말자!”라고 말한다.
화합하는 별일의 과정이 생긴다.
별일이든 아니든,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냥 그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다.
왜 그걸 ‘별것 아닌 일’이라고 말했는지 알고 싶다.
그는 거봉을 씻어 왔다. 그리고 물었다.
"왜 거봉을 좋아하지 않아?"
"딱히 싫어하지는 않아, 근데 좋아하지도 않는 것뿐이야."
내가 물었다.
"자기는 왜 젖은 수건을 다시 걸어놔?"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한 번 사용하고 빨면 아깝잖아."
우리는 함께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서로의 언어를 찾으려 한다.
언어의 해독이 가끔 어긋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를 신경 쓰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별일을 만들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