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가장 번화한 사거리의 한 모서리에 할머니가 하시는 노상이 있다. 과일이나 채소를 파신다. 그 길은 식재료를 구입할만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하루에 얼마나 파실까, 고생 많으시다'하며 지나간다. 그래도 나름 살림하는 주부인지라 마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가, 어떤가 싶어 지나갈 때마다 곁눈질로 샤샥 훑고 지나간다. 그날은 색다른 무언가가 내 눈길을 잡았다.
무.적.것. 5000원!!
이것은 무적의 것이라는 것인가?
무적이 나타나면 5000원에 저 고구마를 사 갈 수 있는 것인가?
피식 웃음이 나서 할머니가 안 계신 틈을 타 사진을 찍었다.
어, 그런데 잠깐.
내가 이런 걸 보고 낄낄거릴 자격이 있는가?
나도 맞춤법을 잘 모른다. 잘 모르겠다.
글을 올리기 전 맞춤법 검사를 한다. 늘 틀리는 맞춤법은 정해져 있고, 또 틀린다. 항상 틀린다. '이걸 또 이렇게 썼네'하면서도 쉽게 교정이 되지 않는다. 어디 적어두고 유념해서 보고 익혀야 할 텐데 수정 버튼만 눌러버리고 머릿속에는 넣지 않고 날려버리나 보다. 어떤 때는 내가 평생 맞다고 생각했던 맞춤법이 아니어서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40 평생 이렇게 썼는데?!!!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무식하게 봤을까?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글이라고 읽은 게 얼만데, 이걸 왜 몰랐지?
글 쓰는 입장이 되고 보니 맞춤법을 더 잘 공부해 둘걸 싶다. 책 읽을 때 더 자세히 보고, 깔끔하게 교정된 좋은 문장들을 많이 읽을걸 후회가 된다. 내가 글 같은 걸 쓸 줄 알았나.
-웬 -왠
-돼 -되
-대 -데
-든 -던
의 구별은 어렵다. 쉽기도 한데 어렵다. 쓸 때 조금씩 망설여지고 확인하게 된다. 확인할 수 없는 환경이면 다른 말로 바꿔 쓴다.
저런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은 띄어쓰기다.
몇 년 전, 당시 초등 1학년이던 딸이 받아쓰기 연습을 할 때였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띄어쓰기 때문에 우리 딸이 매일 눈물바람에 짜증이라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왜 있냐고 빼액 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국어 선생님이 세종대왕은 죄가 없다며 띄어쓰기는 말모이 시절부터 생겼다고 진정하라고 했다. 하긴 훈민정음에는 띄어쓰기가 없긴 없더라.
말모이 시절부터라면.. 흠흠.
불평은 집어넣어야겠다.
감사합니다. 한글 지켜주셔서.
요즘은 그래도 검사기라도 있어서 아주 망신당하기 전에 예방할 수는 있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해주는 거 보면 AI가 똑똑하긴 똑똑하다. 어떻게 교육시켰길래.
이건 다 띄우고 이건 다 붙여야 함 ㅋ
문득, 저 무적것 할머니께 브런치 글을 써보시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장사하면서 생긴 일들을 한글파괴된 글로 맞춤법 검사 하지 않고 그대로 써서 올리면 너무 재미있을 텐데!!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무적것 할머니 글은 사람들이 욕하지 않고 귀엽게 생각할 것 같다.
작가명은 무적것할머니
작가소개는
직접 키운 감자, 고굼아 무적것 오천원에 팝니다.
장사하다 만난 놈들, 우리 가족 이야기 재미있게 써 봅니다.
나물할때 없는 맛며느리와 함깨 장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무적것할머니 작가님은 무적것 구독하고 라이킷을 매번 누를 것이다.
할머니를 멘토로 삶으며... ㅋㅋ
우리말이 어렵지만, 어려운 맞춤법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이런 것들도 많으니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내 실력이 일치얼짱하고 있어
나는 유종애미를 거둘거야
나는 인생의 발여자를 만났어
소 잃고 뇌 약간 고쳤지 뭐야
나 근데 좀 거북암이 들어
너는 너무 골이따분한 성격이야
안녕하세요, 다르미안이라 엿줄게 있어서요
이거 정말 가오캥이 같아
그 사람을 내 멘토로 삶겠어
곱셈추위가 너무 심해
에어컨 시래기가 고장났나봐
그렇게 수박겁탈기 식으로 공부해서 뭐가 되겠니?
힘들면 시험시험하고.
우리 애가 습기가 없어서 그래
너 이거 완전 사생활치매인거 알지
가오캥이가 뭔가 했더니, 가혹행위였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니까, 웃고 넘어간다.
글 쓰는 지성인이 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남의 맞춤법 지적하기 전에 내 맞춤법이나 갈고 다스려야겠다.
브런치 맞춤법 검사 너무 고마워요!!
우리는 제대로 된 한글로, 예쁜 글 쓰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