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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Aug 19. 2024

소방수 개미 vs 방화범 베짱이


“공부로 출세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사교육계에서 재벌이 된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은 2020년 입시설명회에서 기존 문법과 다른 고백을 했다.     

우리는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에서 전자의 삶을 칭찬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야기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여왕개미는 겨울이 와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를 떠받치던 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하나둘 고장이 났다.

오히려 병든 몸을 치료하기 위해 약값과 병원비로 허리가 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나마 노후를 대비하려고 연금을 부어 넣었지만, 물가는 끊임없이 치솟고, 받아 가는 돈은 개미 눈물만큼 작다.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젊은이는 충분히 선행 학습을 했다.

과거 부모 세대는 고향의 논밭을 팔아 서울에 소재하는 대학교에 보냈더니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교육에 투자하는 대신 토지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땅값이 올라 다른 삶이 전개되었다는 드라마가 비현실적이지는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오히려 돈으로 돈을 굴려야 더 효율적이지 아닐까.  

   

1970~1990년대에 이상 고온과 같이 10%씩 성장하는 시절, 대학을 졸업하면 다들 좋은 일터를 고를 수 있었다.

이제 계절마저 겨울로 접어들어 밥벌이마저 더 줄어들었다.

이제는 잘하면 2%, 못하면 0%인 성장이 멈춘 단계에 돌입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밥그릇을 차지하고자 학벌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한국은 박사 취득자가 세계 1위가 되었다.

순수한 학문을 연구하기보다 구직이나 몸값을 올리는 도구로 돈과 시간을 투자하나, 그런 방식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는 잘 놀고 콘텐츠를 창조하는 베짱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는 성공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영리한 방화범이다.

호구처럼 보이나 대체할 수 없는 재능으로 숲속 친구들에게 무료로 공연한다.

다들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대, 일에 지친 곤충들의 영혼은 베짱이의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

그들은 베짱이를 연예인으로 만들고, ‘내 연예인’이 잘나가야 한다며 음반을 사재기했다.

더 나아가 팬심을 확대하려고 다른 곤충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르고 다녔다.

작은 불은 소방수가 끌 수 있으나, 큰불은 방화범처럼 더 큰불을 놓아야 제압할 수 있다. 

개미처럼 작은 출세는 자기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베짱이처럼 더 큰 성공은 다른 이들이 자발적 열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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