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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5. 2022

‘다’가 가져온 비극

접속부사를 시작하면서

 단어나 문장을 연결할 때는 접속 표현이 필요합니다. 접속 표현이란 단어나 문장에서 앞과 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주면서 논리가 있는 표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접속 표현이 필요한 것일까요? 이것은 문장을 언문일치체에 매몰되다 보니 ‘요, 네’를 비롯하여 다양하게 쓸 수 있는데도 오로지  ‘다’로 끝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가 가져온 비극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속 표현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을 뒷받침해주지 못합니다. 

     

 여기에 접속 표현을 더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말은 접속부사가 주류이고 일본어는 접속사가 주류로 받아들입니다. 접속부사란 부사 하위 개념으로 연결보다는 문장 전체나 동사를 꾸미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접속사란 품사로 독립성을 지키면서 문장이나 단어를 이어주는 순수한 역할을 강조합니다. 일본어는 접속사를 품사로 포함시킵니다. 그러나 우리말 9가지 품사 가운데 접속사는 없습니다.  왜 일본어는 접속사가 꼭 필요하며 우리말에서는 분류조차 하지 않고 접속부사를 사용하는 걸까? 영어는 어미가 변화하지 않아 논리를 연결하려면 반드시 접속사가 필요하다. 일본어도 일부 동사 어미를 변형시켜 문장을 연결할 수 있지만 대부분 문장을 쓸 때 접속 조사가 연결 어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동사가 중심이 되는 우리말에서는 연결 어미로 접속 표현을 할 수 있으므로 독립된 접속사를 인정하지 않는 듯합니다. 

    

 우리말에서는 접속부사로 볼지 접속사로 볼지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먼저 접속부사로 보는 견해를 비판해 보겠습니다. 첫째 접속부사는 일본어 접속사 중 일부만 가져오다 보니 많은 부분을 누락하였습니다. 결국, 더욱더, 다만, 먼저, 여하간,  오히려, 특히 따위를 접속부사로 사용하면서도 분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문법에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접속부사는 부사에 하위 개념이므로 명사나 동사를 사용하여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반면과 같은 명사나 ‘그 위에’와 같은 명사구 형태를 접속부사처럼 사용하면 분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겸해서, 더불어, 더하여, 덧붙여서, 아울러, 앞서, 예컨대, 요약컨대, 환언하면 따위와 같은 동사에서 유래된 접속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은 접속사로 보는 견해를 비판하겠습니다. 접속사는 품사로서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역시, 물론, 또한 따위를 접속사로 사용하면서도 부사의 용법으로도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품사로서 독립성에 위반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독립성을 강조하는 접속사로만 한정한다면 우리말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도를 비롯한 ‘그리/그러’ 계열을 빼고는 거의 없어 복잡한 문장에서 접속 표현을 할 팻감이 부족해집니다. 두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학교 문법대로 접속부사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럼 어떤 접속부사를 고칠까요? 먼저 붕어빵 부자지간인 후치사 상당구와 형식 명사류 접속부사를 고칩니다. 그리고 접미사 적을 활용한 접속부사와 아직까지 어색한 한자어 투 접속부사를 바꿉니다. 먼저 이름표를 붙여 볼까요? 첫째 후치사 상당구류 접속부사란 후치사 상당구에서 조사 ‘니(に)’가 생략되거나 후치사 상당구 앞에 지시어(그/이)가 붙은 형태입니다. 보기를 들면 이에, 이에 따라, 이로 인해, 그로 인해 따위가 있습니다. 둘째 형식 명사 접속부사란 형식 명사로 그대로 사용하거나 앞에 ‘그/이’와 같은 지시어가 붙은 형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고로, 반면, 경우에 따라서, 그 이후에, 그런 까닭에 따위가 있습니다. 셋째 접미사 적을 활용한 접속부사는 ‘○○적으로’ 형태로 접속부사로 사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보기를 들면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따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본어 투 한자어 접속부사는 일본어 한자어와 연관이 있는 접속부사입니다. 보기를 들면 ‘내지, 물론, 소위, 여하간, 우선, 일단’ 따위가 있습니다.

     

 자세한 접속부사의 분류 방법은 학자마다 다르나 이시구로 케이님의 분류법 주석 1) 과 전영옥 주석 2) 님이 조사한 접속부사를 참고로 하여 새롭게 만들었으니 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주석1)  구로야나기 시게오(黒柳子生), 한국어와 일본어의 연쇄접속 비교연구“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서울, 2020), 23-25쪽, http://www.riss.kr/link?id=T15530701. (2021. 5. 2. 확인).


주석 2) 전영옥, "구어와 문어의 접속부사 실현 양상 비교 연구," 텍스트언어학(한국텍스트언어학회) 제22권 (2007): 표 2, http://www.riss.kr/link?id=A75073998, (2021. 5. 2. 확인).





문어 때문에 미칩니다 

  나열의 접속부사  

    

 고향은 안동입니다. 명절 제사에서 문어가 빠지면 제사상이 아닙니다. 문어를 누가 살 지가 집안 서열을 결정합니다. 명절 대목에는 식구들이 먹으려면 문어 값만 2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문어 값이 비싸서 제사 때마다 미칩니다. 


 나열의 접속부사는 3가지가 있습니다. 나열과 시간 앞과 시간 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열의 대표 선수는 접속부사는 ‘및’이 있습니다. 이것은 한자 미칠 급(及)과 같은 말로 일본어 ‘오요비(及び)’와 ‘나라비니(並に)’가 대응합니다. 우리말다운 말을 한다면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물며 일본어조차 회화체와 문어체에서 ‘와/과’를 가장 많이 쓰고, ‘및’은 오로지 문어체에서 씁니다. 특별히  ‘및’은 법령이나 학술논문처럼 딱딱한 문장에서 많이 씁니다. 그런데도 글을 쓰면서 고집 센 황소처럼 ‘및’을 고수합니다.

      

 이제부터 ‘및’은 ‘와/과, 이랑, 하고’와 같은 조사로 바꿉니다. “지원동기 및 입사 후 계획”은 “지원동기와 입사 후 계획”으로 고칩니다. “인사과 및 총무과”도 “인사과랑 총무과”라고 고치면 됩니다.  

   

 다음은 시간의 앞을 나타내는 접속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말에서 그러고, 그리하고 따위와 같은 시간의 뒤를 나타내는 접속부사는 꽤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의 앞을 나타내는 접속부사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어 투 후치사 상당구인 그에/이에 앞서나 먼저, 우선 따위를 이용하여 접속부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에 앞서, 이에 앞서, 우선, 일단’은 ‘먼저, 미리, 앞서, 최초에는’과 같은 쉬운 말로 고칩니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성금은 전달했다.”는 “행사는 개최했다. 미리 성금은 전달했다.”라고 고칩니다. “공부는 체력이다. 우선 체력부터 기르자.”는 “공부는 체력이다. 먼저 체력부터 기르자.”라고 고칩니다. 또한 선제적으로, 우선적으로 접속부사로 사용되나 마찬가지로 고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뒤를 나타내는 접속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후에, 그 이후에, 그런 연후에, 그로부터, 이후(에), 추후(에), 향후(에)’는 ‘그런 다음(에), 그러고, 그리고서, 그리하고, 그다음에, 그 뒤에, 앞으로, 그런 연후에’로 고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했다. 그 후 응급의료센터를 다시 방문했다.”는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했다. 그다음 응급의료센터를 다시 방문했다.”라고 고칩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원인·이유의 접속부사

     

 ① ‘이에’ 일본어 접속사를 따라한 말입니다. 그 뿌리를 찾아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원인, 이유의 형식 명사에서 유래한 ‘이에’가 있습니다. 이 때는 ‘그래서, 그러기에, 그러니, 그러니까, 그러므로, 따라서’로 고칩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그래서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로 고칩니다. 다른 하나는 자에, 그런데 따위와 같은 전환의 접속사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때는 그런데, 근데, 한데 따위로 고칩니다.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어떤가?”는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라고 고칩니다.     

   

 ② 그에 따라, 이에 따라, 그로 인하여, 이로 인하여, 그로 말미암아, 이로 말미암아는 모두 원인, 이유를 후치사 상당구‘에 따르다, 로 인하다, 로 말미암다’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여기에 지시어가 붙은 형태이지요. 이것은 ‘그래서, 그러기에, 그러니,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따라서’로 고칩니다. “금리 인상 결과가 내일 발표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는 “금리 인상 결과가 내일 발표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고칩니다.      

 ③ 테카르트 명언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있습니다. 고로[故に]는 원인·이유의 일본어 형식 명사를 답습하였습니다. 의미도 모른 채 거창하게 사용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래서, 그러기에,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따라서’로도 고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 ‘그런 까닭에, 이런 까닭에, 그런고로, 이런고로, 이런 이유로, 그런 이유로, 그런 점에서, 이런 점에서, 이를 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아프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했다.”는 “그는 아프다. 그러기에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했다.”라고 고칩니다. “도로를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 토지 보상을 시행하기로 하였다.”는 “도로를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토지 보상을 시행하기로 하였다.”라고 고칩니다.      

참고로 ‘그 덕에, 그 덕분에, 그 덕택에, 덕분에, 덕택에, 덕에, 그 때문에, 이 때문에, 때문에’도 원인·이유의 접속부사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그다지 장려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④ ‘그 이유는’ 원인·이유의 접속부사 ‘왜냐하면’으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다. 그 이유는 증인이 있기 때문이다.”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증인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고칩니다. 참고로 ‘그 이유는’과 “왜냐하면”은 ‘○○하기 때문이다.’와 짝지어 사용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본어는 ‘그 이유는’과 어떤 낯선 말을 정의할 때 ‘이라 함은, 이라는 것은’은 낱말이 같습니다. 이것은 ‘이란, 은/는’으로 바꿉니다. 민법 98조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는 “이 번에서 물건은 유체물과 전기나 다른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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