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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Jan 31. 2024

달리기를 하는 이유?

딱 좋은 날이었다.

달리지 않기 딱 좋은 날.


날씨는 추웠고,

바람은 강하게 불었다.

당직 후 퇴근이라 몸은 충분히 피곤했다.


이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오늘 달리지 않는다고 나에게 채찍질을 가할 사람도 없었다.

아무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마음을 바꿨다.

"그냥 일단 나가자."

엄청난 의지로 운동화를 신은 것은 아니다.

나름 나 자신을 일으킨 방법은 하나였다.


"오늘 뛰면서 내가 왜 뛰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보자."


15km를 뛰었다.

평소보다 많이 뛰었다.

이유는 찾지 못했다.


내가 뛰지 않을 이유는 수십 가지다.

조금 과장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은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달려야만 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네가 달리기로 했잖아."

"풀코스 뛰기로 했잖아."

"아무도 몰라도, 너는 알자나."


이날 나는 알았다.

왜 나는 매번 포기를 했는지.

무엇이든 꾸준히 할 마땅한 이유는 찾기 힘들다.

그냥 내가 하기로 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나 오늘 하루 쉬어도 되는 이유는 정말 많다.


이 많은 유혹들을 뿌리치는 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쉽게 도전하고, 쉽게 포기했다.


"방법을 바꿔야겠다."


내가 겨우 생각해 낸 방법은 딸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빠 열심히 연습해서 마라톤 완주 꼭 할 거야!"

"너도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 않도록 해!"


그날부터 나는 건강을 위해 달리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매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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