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이놈은 어디에나 나타난다.
직장에도 운동에도 사랑에도 권태기가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어떻게 극복하냐고?
나는 무식한 방법으로 극복했다.
달리기에도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내가 지금 뭐 하러 이렇게 달리고 있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오늘은 그냥 쉴까?'
나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오늘 하루 쉰다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된다.
그러다 결국 달리기와 이별을 하게 된다.
모든 일이 그랬다.
'오늘만'
이 생각에 내가 져버리면, 다음은 없었다.
누가 봐도 몸이 좋지 않은 날이 아닌 이상 반 강제로 해야만 한다.
엄청난 다짐과 각오가 필요한 듯해도 사실 별일 아니다.
"그냥 옷 입고 신발만 신으면 됩니다."
정말 신발만 신으면 된다.
그럼 그다음은 알아서 뛰고 있었다.
나는 채찍질을 해줄 동료가 없다.
그 흔한 동호회나 러닝크루도 없다.
오로지 혼자 달린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내가 그동안 시도하고 포기한 것들은 셀 수도 없다.
지난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다.
"포기하지 말자."
나름 비법도 생겼다.
나약한 나 자신이 나에게 유혹을 속사일 때.
"오늘은 이만 하면 그만해도 되잖아?"
"어제 많이 뛰었는데 오늘 하루는 그냥 쉬자."
다시 한번 물어본다.
"정말 못 뛰겠어? 아니면 하기 싫은 거야?"
매번 하기 싫었다.
그래서 꾹 누르고 나왔다.
내 가족들에게도 큰소리쳤다.
"나 3월에 풀코스 뛰고 올 거야!"
부끄러워서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절대 이 말을 듣지 않을 생각이다.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대신 이런 말을 듣고 싶다.
"네가 해낼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