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카페인 중독이었다.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있었다.
가만히 돌이켜 보니 정확히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처음은 설탕커피를 마셨다. 쓰지도 너무 달지도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대 초반에 서서히 스며들었던 커피처럼 달리기도 나에게 스며들었다.
언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그저 뜬금없이 달리고 싶을 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달렸다.
그러다 일주일에 한 번이 되었고, 어느 순간 매일 달리고 있다.
처음 아메리카노를 접했을 때 쓰기만 했고, 커피 특유의 구수함을 느끼지 못했다.
달리기도 처음에는 힘들기만 하고 그 상쾌함을 느끼지 못했다.
커피의 구수함을 알게 되었듯, 달리기의 상쾌함과 성취감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미쳤다."
요즘 주변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쁜 의미는 아니라고 믿고 있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내가 봐도 나 자신이 지금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 달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달리기를 대하는 방식이 마치 연인을 대하는 듯하다.'
보지 않으면 보고 싶은 연인처럼 뛰지 않으면 뛰고 싶다.
일을 하다 문득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듯이, 틈만 나면 어떻게 하면 더 잘 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마치 커피처럼, 사랑처럼 지금 나에게 달리기가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