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구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면 선생님이 나온다.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다.
아이 반 담임 선생님은 두 번 뵌 적이 있다.
분명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다.
"00 아버님?"
"아 네 맞습니다."
재밌었다.
'많이 닮았나?'
내가 손을 뻗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나에게 안기려 손을 뻗었다.
선생님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따뜻했다.
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분명 있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내 아들은 세상 모든 게 신기해하는 눈이었다.
당연히 아직은 그럴 것이다.
지나가는 자동차.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
건물들과 사람들 까지.
이제 태어난 지 1년이 된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할 것이다.
그 눈동자가 이쁘게 보였다.
그 눈동자에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질 나이에
우리 아빠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어린 시절 수없이 많이 찍혀 있는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이런 생각이었을까?"
'이 조그만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다시 말하지만 나의 머릿속에 기억은 없다.
그저 사진을 보며,
"아 내가 여기도 갔었구나"
할 뿐이다.
사실 나의 어릴 적 사진이 많은 이유는
내가 첫 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나 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아니었을까?
해외여행 한 번 가지 못한 아빠.
아빠가 나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듯,
이제는 내가 아빠를 해외 구경을 시켜 줄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다.
"아빠 미안하지만,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자나?"
"아빠가 나에게 해준 거 배로 내 아이들한테 해줄게."
이런 다짐을 혼자 했다.
조그만 눈으로
작은 손으로
아직 걷지도 못하는 발로
많은 것을 보고, 만지고,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