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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14. 2024

어린이집에 아들을 데리러 갔다.

어린이집 입구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면 선생님이 나온다.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다.

아이 반 담임 선생님은 두 번 뵌 적이 있다.

분명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다.

"00 아버님?"

"아 네 맞습니다."

재밌었다.


'많이 닮았나?'


내가 손을 뻗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나에게 안기려 손을 뻗었다.

선생님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따뜻했다.

아이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분명 있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내 아들은 세상 모든 게 신기해하는 눈이었다.

당연히 아직은 그럴 것이다.

지나가는 자동차.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

건물들과 사람들 까지.

이제 태어난 지 1년이 된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할 것이다.

그 눈동자가 이쁘게 보였다.

그 눈동자에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질 나이에

우리 아빠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어린 시절 수없이 많이 찍혀 있는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이런 생각이었을까?"

'이 조그만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다시 말하지만 나의 머릿속에 기억은 없다.

그저 사진을 보며,

"아 내가 여기도 갔었구나"

할 뿐이다.


사실 나의 어릴 적 사진이 많은 이유는

내가 첫 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나 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아니었을까?


해외여행 한 번 가지 못한 아빠.

아빠가 나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듯,

이제는 내가 아빠를 해외 구경을 시켜 줄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다.


"아빠 미안하지만,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자나?"

"아빠가 나에게 해준 거 배로 내 아이들한테 해줄게."

이런 다짐을 혼자 했다.


조그만 눈으로

작은 손으로

아직 걷지도 못하는 발로

많은 것을 보고, 만지고,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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