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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28. 2024

"나가요"병에 걸린 아들.

이제 13개월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직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내 아들은 "나가요"병에 걸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면 시작한다.

짜증을 내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밖에서 누가 들으면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현관문을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하다.

아니 희죽희죽 웃기만 한다.

아주 신이나서 발차기를 시전한다.


어린이집을 가는 길.

걸어서 5분이면 충분히 도착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놈을 안고 가면 10분은 넘게 걸린다.

옆에 있는 나무, 꽃만 보면 손을 뻗는다.

일일이 하나씩 다 손으로 만져보고 나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아들을 하원시킨 적은 있지만, 등원을 시킨건 처음이었다.

아내가 왜 빨리 나가는지 이유를 몸소 체험했다.

말로 전해 들었을때는 그저 아내가 아이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나씩 인사한다 생각했다.

이제 그것이 습관이 된것인지 아니면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나뭇잎 하나 하나, 꽃잎 하나하나 일일이 만져보고 간다.

어찌나 우스운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면 마치 "아빠 재는 인사 안했어."라고 말하는듯 하다.


나는 요즘 아들에게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언제 걸을꺼야?"

스스로 걸어다니면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을 안다.

한시라도 눈에서 떨어지면 안되는 것도 알고 있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혼자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고싶나 보다.


아빠 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이 없다.

분명 우리아빠도 내가 어린시절 내 손을 잡고 걸었을텐데.

그 기억이 없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아빠와 둘만의 기억이 없다.

아쉽다.


아빠와 나는 둘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내가 성인이 되어서 아빠와 술자리를 가져본 기억도 없다.

내심 기다리고 있었을까?

결국 우리아빠는 아들이 둘이나 있으면서,

아들에게 술한잔 받아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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