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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운전 Apr 21. 2024

아빠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라기보다는 부모님이 맞는 표현이다.

무엇으로 고통을 받고 있냐고?

야구다.

언제인지 모를 오래된 사직야구장 사진

나의 가장 오래된 야구장 기억은 몇 살인지 모를 때이다.

외삼촌과 아빠 그리고 나 이렇게 야구장에 앉아 있다.

내 손에는 네모난 도시락 컵라면 뚜껑이 들려 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람으로 붐비는 출구.

아빠 품에 안겨 사람들에게 밀려 나오던 기억이 있다.

동생은 없었던 걸로 봐서 아주 오래된 기억인 듯하다.

참고로 동생과 나는 5살 차이이다.


나의 어린 시절 야구장 기억은 전부 그런 것 들이다.

누가 이겼는지, 누가 선발로 나왔는지 이런 기억은 없다.

그저 엄마와 아빠 모두 야구를 좋아해서 자주 갔었다.

맛있는 간식을 잔뜩 들고 갔었다.


"야구장은 즐겁다."


나는 부산에 태어난 죄로 롯데를 응원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부모님이 롯데 팬이라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

그래서 팀세탁은 불가능하다.

응원하는 팀을 옮긴다는 것은 아빠와의 추억을 부정하는 기분이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

이놈에게도 나의 스트레스를 물려줄 생각이다.

내가 아빠에게 물려받았듯.

내 아들에게도 물려줄 생각이다.

올해 중학생이 된 딸.

이 아이에게도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아들에게 야구장 경험을 선사할 때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우스갯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아빠 때문에 내가 평생을 롯데 자이언츠에 고통받고 있어, 억울하니 아들에게도 물려줘야지."

아내는 그저 웃었다.


야구를 보면 항상 아빠가 생각난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내 아들도 야구를 보면 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그때는 경기결과의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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