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운전 Mar 31. 2024

아빠를 많이 닮은 나의 아들

피 도둑질은 못한다고 했던가.

주변에 많은 분들이 아들 사진이나 실제로 보면,

나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

그리고 아빠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이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봐도 내 아들은 나의 아빠를 많이 닮았다.

조금 더 커 봐야 알겠지만,

성향도 아빠인 나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은 듯하다.

아들 치고는 온순한 편.

잠깐 한눈 판 사이 아무거나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뺏어도 울지 않는다.

그냥 다른 장난감을 찾아 기어간다.


나는 평소 성격이 급하고 욕심이 많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나는 그랬다.

내가 가지고 놀던 것을 누군가가 가져가는 것을 보고 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 아들은 조용하고 욕심 없는 할아버지를 닮은 듯하다.


이런 이유로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빠를 떠오르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혼자 놀다 웬만큼 부딪혀도 울지 않는다.

무디다고 해야 할까?

본인이 아파도 그것을 참는 건지 아니면 아픈 것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아빠는 본인의 그런 성격으로 병을 키웠다.

그리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가서 우리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지,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아들이 조금 더 커서 대화가 되면 한번 물어볼까?

"아프지 않은 거니? 참는 거니?"

그럼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 아들은 아빠보다 할아버지를 닮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아빠를 잊고 살지는 않았지만,

아빠를 생각하는 혹은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아들! 너는 아마 할아버지가 아빠보다 너를 더 좋아하시겠다."

아 깜빡한 것이 있는데 우리 아빠는 아들보다 딸을 원했다.

그래서 내 딸이 태어났을 때 무척이나 좋아했다.

팔이 아프면서도 손녀를 안아 온 동네를 다니곤 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머쓱했는지 무뚝뚝한 한마디를 했었다.


"니 딸 데려가라. 무겁다."

"그러게 팔도 아프면서 뭐 하러 안고 다녀?"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웃으며 던졌던 그 한마디가 기억난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