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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Dec 30. 2019

02. 여자이기를 받아들이는 투쟁

생리통과 수면장애가 없어지기까지

같은 여자도 이해하기 힘든  생리 이야기


이제 겨우 40대. 내 삶은 내가 여자이기를 받아들이는 투쟁이었다. 그 중심에는 생리와 수면장애가 있었다. 수면장애는 거의 사라졌다. 생리는 자궁적출술을 통해 끝났다.


여자마다 생리 양상이 다른데 이제껏 살아보니 어찌나 꼭꼭 숨겨진 일인지 같은 여자들도 서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남들보다 생리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수면장애를 포함해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일에 자극을 받은 탓이다. 첫째는 10대 남학생들이 책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격렬히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본 때문이다. 읽지도 않고 유튜브로 책에 대한 평과 정보를 접하고, 나의 실제 경험들을 말해줘도 듣지 않는 모습을 보고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소통과 이해의 부재에 좌절했다.


둘째는 생리통과 그 양상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조차 잘 몰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별 돈이 안되는 일이라 그런지 연구가 별로 되어있지 않았던 모양이다(지금은 정보가 많은 편이지만 요즘 병원가서 묻진 않았으니 실정을 알 순 없다). 생리통 때문에 답답했던 나머지 10대 때 내가 상세하게 설명을 할수록 당황스러운 얼굴로 변하며 그런 일은 없다고 반복하던 의사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셋째는 우울감으로 상담을 받던 중 10대에서 30대 사이 겪던 극심한 수면장애가 큰 스트레스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 시기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생리통이었다. 그게 좀 줄어든 요즘 수면장애도 거의 없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는 첫생리가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고 끔찍한 일인지 여자라면 다 알 것이다. 아무리 파티를 열고 축하와 꽃과 선물을 안겨줘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숨겨질 뿐이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생리양이 많거나 생리통이 심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위해 투쟁하는지 알려보겠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치유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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