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감상 01화

세번째 살인

-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전하는 사법제도의 불완전성?

by 호퍼

날이 좋은 5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자유를 얻은 듯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돌아다녔다. 필동에서 충무로, 을지로, 정동까지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정동 시네큐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한 편을 만나게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특별전(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한 25년 2025.4.23~ 5.6)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그의 2017년 작 [세번째 살인]이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그의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다. 휴머니티 한 감성을 경계하는 터라 그의 영화가 나에게 조금은 느끼하게 다가왔다. 그러나(피하고 싶었지만) 제일 빠르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또 하필 ‘세 번째 살인’이었다.


역시 난 자유를 얻어도 시간에 노예임은 어쩔 수 없었다.


스토리


⌈영화의 첫 번째 장면은 강변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쇼트로 시작합니다. 피살자 야마나카 미츠오(공장사장:피의자 미스미가 다니는 공장의 사장)와 피의자 미스미는 같이 강변을 따라 걷습니다. 뒤에서 피해자를 따라 걷던 남자는 준비해 온 둔기로 피살자의 후두부를 가격하여 살해하고, 불태워 소각합니다.

이 사건으로 담당 변호사인 시게모리 토모야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왜?’ 살해했는지에 대한 살인동기를 찾아 따라가는 법정 드라마를 뼈대로 삼는 영화입니다.


처음 변호인단은 왜? 살해했는지 보단, 사형을 피하고 무기징역으로 선고받는 것을 목적으로 미스미를 변호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미스미 스스로 살인을 자백을 한 터라, 변호인단은 미스미의 살해동기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미스미는 공장사장의 부인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증언합니다. 변호인단은 교사에 의한 살인으로 무기징역으로 선고받을 중요한 모멘텀으로 재판을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미스미의 증언은 일관성 없이 번복됩니다.


변호사 ‘시게모리 토모야’는 점점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미스미의 살인사건에 대한 변호인으로서 윤리적 혼란을 겪게 됩니다. 시게모리의 아버지는 미스미의 첫 번째 살인을 판결한 판사였고, 미스미는 아버지의 판결에 30년형을 복역했습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시게모리는 미스미의 변호를 맡게 된 것이고 첫 번째 살인의 동기가 미스미의 딸을 성추행한 공장사장을 살해한 것. 그리고 두 번째 살해 피해자인 공장사장에게도 자신의 딸을 오랜 기간 동안 성추행해 왔던 인면수심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살해현장을 찾은 변호인들은 그곳에서 배회하고 있는 살해당한 공장사장의 딸 ‘아마나카 사키에’를 만나게 되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십자가 모양의 소각 흔적, 마치 형별로 응징한 듯한 표식이 부감으로 표현됩니다.


어느 날 증언을 하겠다며 찾아온 사키에. 그러나 변호인단은 사키에의 증언이 미스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피해자 아버지에 의한 성추행 사실을 밝히지 못하게 합니다. 제2의 피의자 공장사장의 아내 즉, 사키에의 어머니는 그동안 남편이 딸을 성추행해온 사실을 묵인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미스미는 사키에의 어머니가 교사했다고 증언한 것이라 생각됩니다.(적어도 내 관점에선) 그러나 미스미는 재판정에서 자신의 살인을 부정하며 증언을 번복합니다.(아마도 사키에 가 증언하지 못하도록 한 걸까요?) 이에 판사는 곤란에 처합니다. 인사고과와 연관되어 검찰과 판사에 대한 평가를 두려워한 나머지, 살인을 부정하는 미스미의 재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진실과는 무관하게 결국 미스미에게 사형을 언도하게 됩니다.(살인교사는 증거부족으로 혐의 없음)⌋


극에서 미스미는 사키에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살인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형을 받을 수 있는 선택을 포기함으로 사키에가 재판정에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증언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말을 향해 가는 듯 하지만, 시게모리가 미스미를 찾아가 진실에 대해 추궁하고, 사키에를 보호하기 위해 진술을 바꾼 것인지를 묻는다. 미스미는 "좋은 이야기네요.", “진실이 중요한가요?“라고 말한다. 영화는 끝내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끝을 맺는다. 미스미의 살인동기와 정말 미스미가 공장사장을 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재판 과정에서 사실은 묵살되고(사키에의 침묵을 종용), 제도에 편의에 의해서 사형이 선고되는 결과만이 남는 사법제도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영화가 일본 사람들의 정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본의 사형제도는 여전히 유효하며, 2022년까지도 정부는 비공개·비예고 방식의 사형 집행을 이어왔다.

국민 80% 이상이 사형제의 존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지지의 바탕에는 단순한 제도적 선호를 넘어,

범죄에 대한 응징을 정당화하는 호전적 감정과 복수심의 정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내 사형제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24년)

• 조사 주체: 일본 내각부

• 조사 시기: 2024년 10월~12월

• 조사 대상: 18세 이상 일본 국민 3,000명 (유효 응답자 1,815명, 응답률 60.5%)

• 조사 방법: 우편 설문조사 (이전의 대면 조사에서 변경)

주요 결과:

• 사형제도는 “불가피하다”: 83.1%

•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16.5%


출처 URL : https://www.asahi.com/ajw/articles/15639980


우리나라는 어떨까? 사형제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1997년 이후로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2022년 7월)

• 조사 주체: 한국갤럽

• 조사 시기: 2022년 7월 19~21일

•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주요 결과:

• 사형제 유지 찬성: 69%

• 사형제 폐지 찬성: 23%

• 모름/무응답: 8%


출처 URL :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312#B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사형제도에 대한 찬성여론이 많은 걸로 파악된다.

본론과 벗어나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미스미 같은 경우가 없을까 싶다. 억울하게 누명에 씌어 혹은 영화와 같이 정상참작이 필요한 사건의 재심의 여지를 삭제해 버릴 우려가 있는 사형제도가 아닌가?


다시 돌아와 영화 ‘세 번째 살인’의 세 번째 살인은

스스로를 유일하게 허용된 제도적 살인으로써 ‘사형제도’를 도구화 한 자의적 살인을 말한다.

아니면 불완전한 사법제도에 따른 진실과는 무관한 판결로서의 살인이지 않을까?


만약, 전자일 경우.

톨스토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천사 미하일이 본 사람의 본질적인 사랑에 의한 '희생' 이라면..?


숭고한 사랑이라는 이름이 희생이란 형이상학을 낳는다.


내 기대는 그런 숭고함이길 바라지만,


끝내 영화는 대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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