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0월 13일의 기록
스물 무렵 우리는 모두 은둔을 꿈꾼다지.
어쩌면 누군가 우리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생채기를 내기 위해 스스로 발버둥치고 있는지도 모르네.
생채기난 가슴은 모든 음악과 시와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에
그래서 은둔을 꿈꾸는지도 모르지.
수많은 선들이 내 주변을 가로막았을 때,
나는 그 선들을 하나 둘 잘라내기 시작했지.
가끔은 아주 질긴 선도 있었고
아무리 잘라도 다시 그어지는 선도 있었네.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는지 나는 어느샌가 낡아버린 가위를 손에 들고,
이 세상 모든 선들이 내 가위보다 날카롭다는 것을 깨달았네.
제자리에 주저앉은 나는 물리적인 은둔을 시작했지.
날카로운 선들에 긁힌 상처들을 보듬고
가만히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보는 중이네.
은둔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달콤해서
가끔 몇몇 번데기들이 탈피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겠더군.
자 슬슬 다시 가위를 들 시간이네.
나는 탈피 후에도 별다른 변화없이 여전히 애벌레겠지만
가위는 그대로 녹슬고 낡아있겠지만,
조금만 갈아주고 닦아주면 다시 제기능을 하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나는 믿고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