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 007

말해놓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우스웠다.

by stephanette

나는 고개를 살짝 젖혔다.

그 탄성으로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출렁였다.


크리스털이 빼곡히 박힌 진주 귀걸이가

귓불 아래에서 작게 흔들렸다.


그 미세한 진동은

파동처럼 번져

목 근처에 서늘한 감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대화들만 몇 번이고 오갔다.


이야기는 선과 악의 문제로 흘러갔다.

그의 말이 끝난 뒤,

나는 문득 이런 말을 뱉었다.


“악한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잖아요.”


어째서 그런 말이

내 안에서 여과 없이 흘러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순간 반짝이는 듯했다.

그의 입매 주변으로 얇은 표정이 스쳤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집으로 돌아가면 사라질 것 같던 향수병 같은 통증이

잠시 멎은 듯했다.


그의 눈은 끝내 읽기 어려웠다.


그의 뒤로 실내의 검은 천정이 보였다.

수많은 작은 전구들로 인해

그는 꼭 별빛 한가운데 놓인 사람처럼 보였다.


순간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호흡이 느껴졌다.

공기는 폐를 가득 채우고

숨의 끝자락에 살짝 저린 감각을 남겼다.


원근감은 사라지고

화면의 정중앙을 차지하던 위압감도 살짝 느슨해졌다.

어떤 이야기 끝에서는,

그는 아주 잠깐 이유 없이 슬퍼 보이기도 했다.


"별이네요."

나는 다시 그에게

같은 말을 했다.


쓸데없는 말은 평소에 하지 않는다.

나는 뜬금없이 요리를 칭찬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말해놓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웃음이 났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우스웠다.

내가 왜 웃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수많은 별빛에 파묻힌 채,

그 눈빛은 여전히 끝까지 잡히지 않았다.


가끔 그 안으로 짧은 반짝임이 스치고,

드물게는 미소 같은 것이 지나갔다.


때때로

그는 나의 투명한 작은 잔에

청주를 반쯤 따르곤 했다.


넘치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이상하리만치 정확한 높이였다.


맑은 액체의 수면이

별빛을 받아 아주 잠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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