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그날의 해수욕장과 끝내 멈추지 않던 지진 경보를 남겼다.
햇살이 눈부셨던 그날의 해수욕장이 떠올랐다.
거리는 한산했다.
아주 평화로운 일상의 평일.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호텔에는 나 혼자였다.
일행들은 포스트잇을 남기고 외출 중이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일 오전.
수건과 옷을 챙겨서 화장실을 향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너무 피곤해서 현기증이 나는 건가?"
소리 내어 말을 하는 것조차
비현실적일 만큼
내가 서 있는 공간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다시 그 감각이 느껴졌다.
간헐적이고 주기적이었다.
온몸의 떨림이 전체 공간의 떨림과 일치하는 감각이었다.
내 몸의 가장 조용한 곳이 먼저 그 감각을 알아챘다.
호텔방 전체가 박스를 흔드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 안에 서 있는 나도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이 진동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파동은 한 번 멎는 듯하다가
다시금 더 선명하게 밀려왔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사이렌이 울렸다.
중간 중간 끊겼다가 이어지는 소리는
처음에는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것은
지진 경보였다.
옷가지를 든 채로 호텔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나?"
일행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불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눌렀다가
계단으로 내려갔다.
숨이 차오르는 속도가 이상할 만큼 빨랐다.
"이렇게 다 끝나버리는 걸까?"
단칼에 베어낸 듯한 공포가 몸을 갈랐다.
안쪽으로 깊고 곧은 자국이 남는 것 같았다.
피하고 싶은데도 감각은 더 선명해졌다.
호텔 밖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햇살이 눈부셨고,
한산한 평일의 오전이었다.
일행들과 만났다.
"하아, 무서웠어."
"무슨 일이야?"
"지진 났는데 몰랐어?"
"지진? 우린 몰랐는데."
"호텔 꼭대기에선 심하게 흔들렸어."
"그래? 우린 장 보느라 영 몰랐네."
한 번 흔들린 자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감각을
나는 수십 년이 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그날의 해수욕장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흔들림처럼.
그리고 나는 그날
귀걸이 하나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