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 010

아직 불도 켜지지 않은 복도 구석에 서서 그의 문자를 읽었다.

by stephanette

그는 가끔 내 글에 대해 물었다.


"어제 보내 준 글, 그 여자를 만난 곳은 어디야?"


"아, 청담에 유명한 곳이었는데."


"난 거긴 잘 안 가봐서."


"이름이 뭐였지. 주차장에서 입구로 연결되는."

그는 당시 자주 가던 카페들의 이름을 몇 개 말했다.

객관식 문제의 선지를 읽듯이.


"아, 거기 맞아. 고센."


"난 그런데는 잘 안 가봤어."


"그래? 나도 그래."

딱히 그가 모르는 장소를 아는 척하고 싶진 않았다.

그는 내가 갔던 곳보다,

아비투스가 궁금한지도 모른다.


가끔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진 합격이야."

그의 목소리는 '합격'이라는 단어에서 반짝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에 담긴 어둠을 보았다.


그는 나의 현실과 아비투스를 가늠하고

조용히 점수를 매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그는 나의 심사대상이 아니다.

그의 지원 서류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으니.

그에게 말하진 않는다.


애정하는 장소들은 쉽사리 사라진다.

그에게 보여줄 곳도 과거로 흘러갔다.


새로운 곳은 거의 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정돈된 삶 속에서

일상은 이미 정해진 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문자를 하느라

주차장은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재빠르게 뛰어 건물로 올라간다.

그의 문자는 이어지고 있다.


어두운 복도에 형광등을 켠다.

출근 시간 전의 루틴 몇 개를 포기하고

아직 불도 켜지지 않은 복도 구석에 서서

그의 문자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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