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 012

그 말을 했던 그 순간을 난 아직도 후회한다.

by stephanette

아름다운 비율로 완벽한 형체를 가졌던

내 일상의 구조는

그렇게 조금씩 뒤틀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나쁜 일도 아니다.

그건 어쩌면 살아있음의 강렬함 같은 것이었다.


사무실 한 구석의 개수대에서

컵을 닦다가 손이 미끄러졌다.

스테인리스 바닥에 거품이 묻은 컵이 나뒹굴었다.

컵이 그려가는 불규칙한 곡선은

이상하고도 낯설었다.


차가운 물로 컵을 씻었다.

아주 작게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 있다.


"하아.."

여행지에서 구입한 컵이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책상 위에 그 컵을 놓고 며칠을 보았다.

버리고 싶진 않다.

그러나 버리는 것 말고는 방법은 없다.


그에게 말했다.

"바로 대답하기 어려울 거야.

난 업무 중에 문자를 한 적이 거의 없거든.

편할 때 문자를 보내면,

시간 날 때 답을 할게."


그 말을 했던 그 순간을

난 아직도 후회한다.

그건 슬픔과는 다른 것이다.

이가 나간 커피잔을 바라보는 그런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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