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상은 사소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벽 오솔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GS 25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천천히 걸어오는 길은 늘 한산하다.
스테인리스 계량컵으로 쌀을 퍼올린다. 윗부분을 납작하게 깎아서 정확한 양으로 옮긴다.
볼에 차가운 물을 담아
뿌옇게 피어오르는 가루들이 물속에 풀려 흐르는 것을 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점점 물은 맑아진다.
정수기로 720ml를 세팅하고 물을 받는다.
중학교 가정시간을 떠올린다.
물은 쌀의 무게의 1.5배, 부피의 1.2배.
ㅂ자의 위로 튀어나온 두 개의 직선은
오랫동안 내게 숫자 2를 의미했다.
긴 빗자루의 손잡이, 너도밤나무의 매끈한 촉감을 좋아한다.
짧은 빗자루로 바닥의 요곡을 느끼는 것이 좋다.
그래서 새벽에는 빗자루질을 한다.
새벽의 고요를 청소기로 깨고 싶진 않다.
어느 사이엔가 멈춘 정수기로 다가가
밥솥을 채우고, 취사 버튼을 누른다.
오렌지 색으로 불빛이 점멸한다.
냉장고를 양쪽으로 열어서 조망한다.
그러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하는 요리들이 있다.
파와 마늘, 청양고추를 꺼내고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칼질을 한다.
불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다리고 전을 부치고 나물 양념을 한다.
완벽한 각도의 하얗고 맨질거리는 반찬 그릇들을 꺼내어
가지런히 담는다.
깨를 뿌린다. 들기름을 두른다.
식탁에 수저들을 세팅하고 거실 소파에 앉는다. 밥이 될 때를 기다리며.
무선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새벽의 공기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도 어쩐지
그가 보내준 음악이 끊기는 것은 싫다.
핸드폰의 노란 아이콘을 슬쩍 본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
종종 그는
내가 운전을 할 때
문자를 보냈다.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자.
그래서 조금 일찍 준비를 했다.
1분 2분의 조정으로는 어림없다.
1분이면 오전 업무 두세 개는 해치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