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 008

그는 나에게 그날의 해수욕장과 끝내 멈추지 않던 지진 경보를 남겼다.

by stephanette

햇살이 눈부셨던 그날의 해수욕장이 떠올랐다.

거리는 한산했다.

아주 평화로운 일상의 평일.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호텔에는 나 혼자였다.

일행들은 포스트잇을 남기고 외출 중이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일 오전.

수건과 옷을 챙겨서 화장실을 향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너무 피곤해서 현기증이 나는 건가?"


소리 내어 말을 하는 것조차

비현실적일 만큼

내가 서 있는 공간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다시 그 감각이 느껴졌다.

간헐적이고 주기적이었다.


온몸의 떨림이 전체 공간의 떨림과 일치하는 감각이었다.

내 몸의 가장 조용한 곳이 먼저 그 감각을 알아챘다.


호텔방 전체가 박스를 흔드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 안에 서 있는 나도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이 진동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파동은 한 번 멎는 듯하다가

다시금 더 선명하게 밀려왔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사이렌이 울렸다.

중간 중간 끊겼다가 이어지는 소리는

처음에는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것은

지진 경보였다.


옷가지를 든 채로 호텔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나?"


일행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불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눌렀다가

계단으로 내려갔다.

숨이 차오르는 속도가 이상할 만큼 빨랐다.


"이렇게 다 끝나버리는 걸까?"

단칼에 베어낸 듯한 공포가 몸을 갈랐다.

안쪽으로 깊고 곧은 자국이 남는 것 같았다.

피하고 싶은데도 감각은 더 선명해졌다.


호텔 밖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햇살이 눈부셨고,

한산한 평일의 오전이었다.


일행들과 만났다.

"하아, 무서웠어."


"무슨 일이야?"


"지진 났는데 몰랐어?"


"지진? 우린 몰랐는데."


"호텔 꼭대기에선 심하게 흔들렸어."


"그래? 우린 장 보느라 영 몰랐네."


한 번 흔들린 자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감각을

나는 수십 년이 넘도록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그날의 해수욕장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흔들림처럼.

그리고 나는 그날

귀걸이 하나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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