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미보다, 그 말이 그의 얼굴에 어떤 결로 스쳤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는 정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
비슷한 결의 사람 앞에서도,
그런 종류의 화제는 조금 더 친밀한 자리에서야 열리는 법이다.
그런데도 나는 무심한 척 한마디를 던졌다.
이어지는 내 말을 듣다가, 문득 내가 먼저 놀랐다.
해버린 말을 생각하며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함부로 말을 던지는 편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그의 앞에서는
내 말의 의미보다
그 말이 그의 얼굴에 어떤 결로 스치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의 턱 주변으로 미세한 표정이
찰나처럼 흘러갔다.
친절함과 약간의 소탈함이 함께 섞인,
쉽게 단정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괜히 아이보리 실크 블라우스의
앞섶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부드러운 주름이 우아하게 잡힌 디자인이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작은 스냅 단추가
그 사이를 지탱하고 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것도 아닌데,
단정히 여며져 있는지 자꾸 확인했다.
심장이 미묘하게 저렸다.
그는 내게 대단한 시선을 보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내 몸은 그보다 먼저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서
술잔에 맺힌 물방울을 만졌다.
술잔의 둥그런 입구를 따라 손끝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투명하고 차가운 감촉이었다.
그의 미소
그 질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