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코너의 그 남자 006

그 의미보다, 그 말이 그의 얼굴에 어떤 결로 스쳤는지가 더 궁금했다.

by stephanette


그는 정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

비슷한 결의 사람 앞에서도,
그런 종류의 화제는 조금 더 친밀한 자리에서야 열리는 법이다.


그런데도 나는 무심한 척 한마디를 던졌다.

이어지는 내 말을 듣다가, 문득 내가 먼저 놀랐다.


해버린 말을 생각하며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함부로 말을 던지는 편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그의 앞에서는

내 말의 의미보다

그 말이 그의 얼굴에 어떤 결로 스치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의 턱 주변으로 미세한 표정이

찰나처럼 흘러갔다.


친절함과 약간의 소탈함이 함께 섞인,

쉽게 단정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괜히 아이보리 실크 블라우스의

앞섶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부드러운 주름이 우아하게 잡힌 디자인이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작은 스냅 단추가

그 사이를 지탱하고 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것도 아닌데,
단정히 여며져 있는지 자꾸 확인했다.
심장이 미묘하게 저렸다.


그는 내게 대단한 시선을 보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내 몸은 그보다 먼저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서

술잔에 맺힌 물방울을 만졌다.

술잔의 둥그런 입구를 따라 손끝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투명하고 차가운 감촉이었다.

그의 미소

그 질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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