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암병동에 주기적으로 드나들던 시절이었다.
코에서는 화학약품의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한두 시간의 기다림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조퇴를 하고 걷는 거리는 햇살이 눈부셨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길었다.
멈출 수도, 계속 걸을 수도 없는 거리에서
나는 일식집을 갔다.
혼자 가도 무방하면서도
그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을 수 있는 곳.
나는 그곳에 숨어서 숨을 쉬었다.
그 이후로 숨이 막혀오면,
일식집을 갔다.
아름답게 담겨 나오는 일식 회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고통들은 모두 잠시 잊을만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에게 일식집을 가자고 했다.
남은 여운은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허벅지에 박혀서 파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저녁을 먼저 먹으면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그는 괜스레 설명을 했다.
만남의 동선이 어떻든
뭐가 먼저든
딱히 뭐라 말한 적은 없다.
일식 바에 앉은 그는
나오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내 접시에 가장 맛있는 부위를 올려놓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다정하고 예의 있는 태도였다.
사회성이 높은 이들이 갖춘 정도보다 조금 더
그는 매너가 있었고
가끔은 그런 자신을 즐기는 듯도 보였다.
그는 오픈 주방을 구경했다.
분주한 주방을 보며
그는 나에게도 보라고 했다.
그의 시선은 오븐으로 향했다.
"자, 봐봐."
뜨거운 오븐에서는 우리가 주문한 도미 머리가 구워지고 있었다.
그런 취향을 좋아한다.
어느 부위부터 먹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질감인지, 그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
그는 그런 걸 잘 알아보았다.
나는 직접 보는 것보다
그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의 감탄사나
눈빛의 반짝임으로
나는 그곳의 열기를 감각적으로 느꼈다.
두툼한 도미 회의
분홍색 껍질 부분의 요곡이
입안의 점막을 간지럽힌다.
나는 가만히 시간을 들여서 그 부피감을 가늠한다.
부들부들한 하얀 생선살이 입안에 닿은 감각.
생각보다 따뜻하다.
이런 종류의 감각은 늘 현재형이다. 시간이 지나도.
뜨거운 히레 사케의 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다른 잡다한 향이 섞이지 않도록
잘 고르고
잘 말리고
잘 구워낸
복어 지느러미.
난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 5년은 안 먹어도 기억될 것 같아."
그 순간의 선명함을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혹시 나에게 사과할 일이 생기면,
여기 데려와. 다 용서해줄 테니까."
진심이었다.
난 그의 바닥에 얇게 깔린
슬픔이 가끔 느껴졌었다.
내 섬세한 취향이 어디까지인지
그는 아직 모른다.
그런 것은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다 보여준 것도 아닌걸."
가끔은 난 그런 말을 했다.
옆에 앉은 그의 가슴께에
나는 손바닥을 살포시 올렸다.
늘 그렇듯 의식적인 행동은 아니다.
그의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다.
그의 쇄골 아래 가슴은
완만한 구릉지의 곡선 같은 평온한 느낌이었다.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토닥거렸다.
캐시미어 니트가 부들거렸다.
"이건 누가 사준 거야?"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툭 하고 질문을 뱉었다.
"그게.. 음.. 택배로 온 거지."
그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 그리고 번복하지도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다.
그의 말투에는 슬픔이 약간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