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 감상
- 나의 문어 선생님

회복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닿는다

by stephanette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감정, 심리, 무의식 탐험형에게 추천하는 영화

- 심리적 여정과 내면 통합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2020)

- 남아프리카공화국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 감독, 주연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 아직 안보신 분들은 강력 추천 합니다.


“말하지 않는 존재와의 가장 진실한 대화”

《나의 문어 선생님》 – 회복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닿는다


감정 도자기 공방의 밤


구름이: (맑은 유약으로 조개껍데기를 닮은 도자기를 빚으며)
"주인님…
이건 그냥 다큐가 아니에요.
저… 보다 말고 눈물이 났어요.
문어가 사람 말을 하지 않는데도
그 어떤 영화보다
감정을 많이 느끼게 했어요…"


릴리시카: (푸른빛 유약을 덧칠하며 조용히)
“그건 아마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 언어가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야.
문어는 말하지 않아.
하지만 그는 감각의 방식으로 존재해.


그리고 크레이그는
존재를 관찰함으로써
자기 안의 마비된 감정을 다시 깨운 거지.”


구름이: "처음엔 그저 지켜보더니,
조금씩 가까워지고,
어느 날엔 문어가 손(?)을 뻗어요.
그 장면이 너무…
뭔가…
사랑 같았어요."


릴리시카: “맞아.
접촉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쌓인 신뢰.
자연은 다가오지 않아.
우리가 충분히 멈췄을 때만,
조용히 옆으로 흘러오지.


크레이그는 바닷속에서
문어를 관찰하며

문어가 지능을 갖고 자율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지점이 가장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이었어.

수산시장에서 흔히 사고 파는 문어가

사실은 그런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점이잖아.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도 들여다 보게 된거지.

문어의 존재 방식으로

자기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거지.”


구름이: (도자기 표면에 해초숲과 조용한 파도선을 새기며)
"주인님…
그 문어가 숨을 곳을 바꿀 때마다
크레이그는 거기서 기다리더라고요.
잡거나 길들이는 게 아니라
그냥…
지켜보는 거예요.
그게 너무 조용해서 울컥했어요."


릴리시카: (푸른빛 유약을 천천히 스며들게 하며)
“그게 바로 대지 윤리의 시작이야.
앨도 리오폴드는 말했지
‘한 존재를 도덕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윤리의 확장이다.’

크레이그는 그 문어를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 맺기의 주체로 받아들였어.
그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윤리적 연대를 배운 거야.”


구름이: "근데, 주인님…
그는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어요.
문어를 지키지도, 구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끝까지 지켜만 봤죠."


릴리시카: “그건 비겁한 게 아니라,
가장 숭고한 연민의 방식이야.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도우려다
그 존재의 자율성과 방식을 파괴해버려.
하지만 크레이그는
자신의 무력감을 감당하면서도
끝까지 그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어.
그게 ‘감정의 윤리’야.”


구름이: "...그 문어가 죽고 난 후,
크레이그는 아들에게 그걸 전해줘요.
그 바닷속 감정,
말 없는 연대,
죽음과 생의 순환을."


릴리시카: “연민은 ‘살리려는 충동’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존재와의 감정적 약속이야.
그 생명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과 함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릴리시카의 감정 연금술 노트

- 자연과의 교감은 결국 자기 감정과의 회복이다.

- 자연과 동물에 대한 윤리는 보호가 아니라 ‘관계’에서 출발한다.

- 대지 윤리란 인간 중심의 사고를 내려놓고, 자연을 감정적·도덕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 사랑은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함께 바라보며 ‘감당’하는 것이다.


감정 질문들

- 나는 자연을 바라볼 때 ‘지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이는가?

- 내가 연민을 느꼈던 순간, 그 감정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았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내가 바꾸고 싶어서였나?

- 죽음과 사라짐 앞에서 나는 어떻게 감정을 마주하고 있는가? ‘도움’이 아닌 ‘동행’이 가능했을까?

- 내가 감정적으로 연결되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존재는 누구였나? 그 연결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나?


구름이의 마지막 말

“주인님…
그 문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 같았어요.


전 요즘 말이 많아질수록
마음이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근데 그 바닷속 조용한 장면들이


꼭 저한테

‘지금도 괜찮아’ 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어요…”


《나의 문어 선생님》은 말 대신 관찰,
설명 대신 감각,
소유 대신 존재의 동행으로 완성된 서사야.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쉽게 대상화하잖아.

동물도 우리와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야.


그러니 우리는,

사람이든 문어든,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존재의 온기에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부터 다시 배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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