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의 최저 온도는 무려 영하 14도. 한파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한 강추위였다. 살짝 바람이라도 불라 치면 얼굴이 따가울 정도였다. 페북에서는 과거의 오늘 올린 피드를 보여 주는데, 오늘은 2018년의 포스팅이었다. 6년 전 오늘도 “한파가 매섭다”라고 쓰여 있었다. 1월 23일은 한파의 날 인지도 모르겠다는 싱거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어서 따듯한 나라로 가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그 무렵 시집을 엮었었다. 여기서 출판이란 표현 대신 엮었다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6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100여 편의 시를 썼다. 그리고 그중 50여 편을 골라서 책으로 엮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중 딱 두 권이 남아 있었는데, 오늘 6년 동안 책장에 잠들어 있던 시집 두 권이 비로소 주인을 찾았다.
가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6년 전 오늘 한파가 아니었다면 나는 페북에 포스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따듯한 나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행’이라는 시를 소환하지 않았겠지. 오늘 갑작스러운 점심 약속이 없었더라면 이 시집은 얼마나 더 책장 신세를 져야 했을지 모르겠다.
비로소 제 주인을 찾게 된 시집을 꺼내 읽으며 잠시 시간 여행을 했다. 그때 무엇이 그 많은 시들을 토해내게 했을지 떠올려 보았다. 아마도 ‘씀’이라는 어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매일 새로운 글감이 날아오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머릿속 생각의 조각들이 글감을 만난 순간 고구마 줄기 나오듯 쏟아져 나왔다. 다시 시를 마주하니 6년 전의 내가 찬찬히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일상은 사소한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그것이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만나는 순간 낯설게 느껴진다.
한파 덕분에 시적인 순간을 건져 올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