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좋을 질문은 바로 '당신이 계속 걷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이다. 1년이라는 긴 호흡을 마주하는 시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질문 속에서 나아가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해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어떤 상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어떤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비근한 예로 이맘때마다 등장하곤 하는 영어 공부, 자격증 취득, 다이어트, 운동, 금연, 금주 등의 계획이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그 어려운 금단의 유혹을 뚫고 나를 변화기 키고, 또 성장시켰던 지속력의 핵심 요소를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속력 : 어떤 상태 또는 활동을 오래 계속하는 힘
첫째,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아니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다.
내게 그것은 '성장'이었다. 계속할 것인가? 그만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을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던 가치. 이 키워드는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될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강'이 될 수도, 그리고 돈, 명예, 봉사 등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올해 내가 추구했던 가치는 '성장' 중에서도 '느낌과 감정' 영역의 성장이었다. 이것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자 했던 이유는 두 가지에서 비롯되었다. 코치로서 활동하면서 고객을 만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가다듬는 일(클렌징이라고도 표현한다)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칭이 예상과 달리 엉망이 된 경우를 들여다보면, 평정을 뒤흔드는 감정과 생각들이 불쑥불쑥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고객을 위해 이것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은 그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코칭에서 말하는 함께하는 성장은 나를 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고객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성장이었다. 그러니 더욱이 나는 나의 성장을 멈출 수 없는 명확한 이유를 확인했다.
둘째,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다.
속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과거 초보 러너로써 첫 마라톤을 준비할 때였다. 고백하건대 당시 나는 1분만 달려도 숨이 턱까지 찼던 저질체력 끝판왕이었다. 1분도 달리지 못하는데 대체 어떻게 1시간을 넘게 달릴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5분 달리고 5분 걷기였다. 1시간을 어떻게 달릴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나름의 전략이었다. 우선 5분을 달릴 수 있게 한 다음, 다음 5분을 걸으면서 충전하면 다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5분 걸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 5분을 뛸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몸은 걷기에 길들여진 상태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5분 뛰고, 다시 5분을 뛸 수 있는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으로 바꿔보았다. 500m 운동장 40바퀴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드디어 나만의 속도를 찾았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셋째, 계속 궁금한 마음이 유지되고 있느냐이다.
어떤 것을 자연스레 그만두는 타이밍을 생각해 보면 호기심이 서서히 사라지는 지점에서부터 그 시그널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느낌이, 그리고 감정이 궁금하다. 느낌이 주는 신호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더 이상의 궁금증이 사라지는 순간이 공부를 중단하는 지점이 될 것이고 말이다. 과거 존경하던 교수님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었는데(물론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그런 성향을 갖고 계시지만), 리더십 분야를 공부하는 이유를 말씀하셨던 대목이 생각난다. 리더십 공부는 파도 파도 끝이 없어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분은 리더십 공부를 그만 둘 일은 없어 보였다. 계속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나고,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