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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어디까지 체험해 보셨어요?

첫 명상 경험 소회

by 도심산책자

“어땠어?”

“그냥… 행복했어.”


난생처음 명상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날이었다.

학교에서 코칭 수업을 듣다가, 유튜브에서 맛을 본 적은 있었지만, 명상지도사의 가이드에 따라 정식으로 체험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가 명상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는 리조트를 추천해 주었고, 이 때다 싶어 일정에 넣었더랬다. 마침 일정이 맞았던 2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한 명상이었다.


1시간 동안의 명상 체험이 끝나고 난 후 친구의 찐 반응에 함께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어땠어?”


사실 아침 7시부터 명상이라니.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는데, 여행지에서의 아침엔 그게 가능했다.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걷고, 12시가 되기 전에 피곤한 몸을 누이니 알람소리 없이도 저절로 눈이 떠지는,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여행 중엔 애쓰지 않고도 가능했다.


명상 체험에 대한 호기심이 솟아올랐던 것은 강사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15분에서 20분이 넘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갑니다.”

15분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다르다는 걸까? 호기심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감각들을 깨워서 이 변화를 체험해 보겠다고 다짐하게 된 대목이었다.


마치 마법 같던 15분이 지난 순간 친구가 ‘행복’이라는 단어로 경험한 그것을 나는 “평온”이라는 단어로 경험했다. 이 순간은 명상수업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에 찾아왔으니, 강사님이 이야기한 15분에서 20분 지점과 거의 일치했다.


명상 초기 단계에서는 자세가 많이 불편했다. 불편함이 인지가 되면 자세를 바꿀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를 선택한 후 자세를 바꾸라는 말씀을 기억했다. 그리고 불편한 지점이 일어나면 인지와 결정, 그리고 행동을 반복했다. 호흡은 또 어떤가. 평소 일상생활을 할 때는 의식조차 하지 않던 호흡이 이렇게 부자연스러웠나 싶게 불편감과 답답함이 올라왔다.


명상 초보자들은 체험을 하다가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는데, 잠에 빠진 사람은 없나? 15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생각들이 올라올 때마다 다시 호흡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호흡의 길이가 두 배로 길어졌다. 그 길이만큼이나 깊어지고 불편감도 사라졌다.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저리던 다리도 어느새 찌릿한 통증이 사라졌다. 마음은 고요함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이런 변화된 감각들에 빠져있을 때 강사님의 마무리 멘트가 흘러나왔다. 15분간의 첫 명상이 이렇게 마무리된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부처님 오신 날 아침 기념행사를 중계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다른 때였더라면 다른 채널로 돌렸겠지만 왠지 행사 이모저모를 지켜보게 되었다. 주지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스님들은 그 좋은 명상을 혼자서만 누리고 계셨네.”


예전에 ‘스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세상과 등지고 출가한 사람. 세상의 미련을 버리고, 출가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었다. 그만큼 종교적이고, 세상과 단절되고 분리된 존재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명상의 맛을 보고 나니 명상에 대해 갖고 있던 베일이 한 꺼풀 벗겨진 것 같았다.


‘이 좋은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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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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