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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내려놓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려놓기의 기술, 지금을 사는 방법

by 도심산책자

회사에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준비하면서 처음엔 마음이 복잡했다. 잘 해내고 싶었다. 예상보다 신청 인원이 적을까 봐 조바심이 났고,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걱정되기도 했다.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론 ‘결과’에 마음이 많이 가 있었다. 참여 인원수, 후속 반응, 만족도…

모든 게 스스로를 증명해 줄 수단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동료에게 했던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고 결정했어.”


그 말이 내 안에서 되풀이되었고,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결과를 쥐고 있으려 애쓰는 동안 정작 소중한 건 놓치고 있었구나. 교육은 증명의 자리가 아니라, 경험이 오가는 ‘만남의 자리’라는 것을.


내려놓기는 어느 날 갑자기 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긴장을 느끼고, 그 긴장을 알아차리고, 그 이면에 결과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다시 숨을 고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라고

마음을 되돌리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가능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겨도, 시간을 당겨서 준비하면 돼. 그날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


내려놓기란 ‘무심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지나치게 쥐고 있던 마음을 살며시 놓는 것,

그렇게 해서 비로소 ‘지금’에 다가갈 수 있는 일에 가까웠다.


첫 교육이 있던 당일,

참여자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환해졌다.


아,

이게 다였구나.

이 만남이,

이 눈빛이,

이 진심이.


결과는 미래의 일이고, 지금 내가 함께하는 이 사람들과의 경험이 가장 확실한 진실이라는 걸 그제야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내려놓는 것은 ‘신뢰’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강생들에게도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그들이 무엇을 얻을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점치려 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의 시간이 가장 알맞게 흐를 거야.”

그 믿음을 품고, 나는 그들에게 느끼는 일을 맡겼다.


그리고 당일날 아침 오프닝 멘트를 모두 갈아엎었다. 욕심과 집착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진심의 말들로 채웠다. 마음이 가벼웠고, 후련했다.


그리고 강사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과정의 흐름과 선택을 기꺼이 맡겼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내 습관을 잠시 쉬게 하고, 상대를 믿는 만큼 내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자리를 지나온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진심이 닿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과정이 끝난 날 밤,

윤슬처럼 반짝이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잘했다는 생각보다, ‘좋았다’는 감각이 더 오래 남았다.


내려놓기를 연습한 덕분에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려놓기란,

포기가 아니라 신뢰라는 걸.

수강생을, 동료를, 그리고 나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로소

내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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