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산책길에 나섰을 때였다. 한낮의 무더위가 조금씩 가라앉을 무렵, 멀찍이 자전거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누군가 러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걷고 있던 나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와 나란히 걷게 되었다.
몇 초쯤 함께 움직였을까. 그는 이내 뛰던 걸음을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내가 그를 앞질렀다.
그 순간, 문득 10년 전 마라톤 대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도 걷는 건지, 뛰는 건지 알 수 없는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반환점을 돌고 오는 하프 코스의 선수들이 내 옆을 빠르게 지나쳤다. 선수들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수많은 러너들에게 추월당했다.
그마저도 괜찮았다. 그러나, 한 고령의 할아버지가 나를 추월해 가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고, 내 체력이 할아버지만도 못하는구나.”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체력을 탓하며 의기소침해졌고, 괜한 힘을 쓰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걷지 않고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저, 내 속도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내 속도를 존중하는 연습.
오늘 산책길에서, 또 하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