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6회 차 로또 당첨번호의 비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 이야기는 파워 T에, 파워 J인 내가 아주 신기할 정도로 F스럽게 또 P스럽게 보냈던 몇 일간의 기록이다.
'아니 그건 그렇고 무슨 손흥민 팔이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임을 밝힌다.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2002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월드컵이 끝났다. 2002년 월드컵을 미국에서 쓸쓸하게 보냈던 나는 2022년 월드컵의 열기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었다. 그 방법은 모든 경기를 라이브로 즐기는 것이었고, 저질체력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기 모두를 라이브로 시청하기에 이른다.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가 빛났던 이번 월드컵! 그곳에 영웅 손흥민이 있었고, 그 영웅은 본인을 내세우기보다는 모든 공을 동료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돌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나는 손흥민에 쏠렸던 관심, 손흥민의 남 다른 인성 스토리에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는 월드컵 전에도 이미 레전드였으니까.
그러나 이 모든 게 한꺼번에 뒤바뀐 반전이 있었으니 바로 손흥민이 꿈에 나타나고 나서부터다. 나의 꿈에 흥민이가 나타난 것인데, 내가 여기서 그를 손흥민이 아니고 '흥민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꿈속에서 손흥민은 월드컵 16강 대역전 드라마를 쓴 영웅의 모습 그대로 내 앞에 나타났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하여 우리 집을 방문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인데 무려 사촌동생이 되어 나타난 거다.
마스크를 쓰고 부상투혼을 했던 흥민이를 사촌 동생으로 만난 나는 축하하는 마음보다 짠한 마음이 더 올라왔고 흥민이가 충분히 쉬길 바라며 방으로 들여보내는 것으로 꿈이 끝났다.
꿈속 내용이 실제처럼 너무 생생하기도 하고, 손흥민을 만난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때 복권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꿈속에서 손흥민이 또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꿈에 이어 연속된 흐름이었고, 푹 쉬고 나온 흥민이에게 함께 산책을 가자고 말을 건네는 것으로 꿈이 마무리되었다. 꿈에서 깼을 때 딱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는데…
‘아 흥민이에게 번호를 좀 불러 달라고 했어야 하는데…’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다가 충동적으로 복권을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확률적으로 자동이든, 수동이든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왠지 모르게 손흥민, 그리고 월드컵과 관련된 숫자들로 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손흥민 등번호 7번
그리고 우리가 달성한 성과인 16강의 16번
피파랭킹 25위의 25번
나머지는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태극전사들의 등번호 조합들, 그리고 랜덤 번호들로 구성했다.
이쯤에서 소름 끼치는 1046회 차 복권 당첨번호의 비밀을 설명해 주겠다.
당첨번호에는 내가 예상한 7번, 16번, 25번이 다 들어있었다. 이쯤 되니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대는 심장을 잠재운 게 있었으니 바로 조규성 등번호 10번. 이 10번 때문에 20억이 백만 원이 되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되었지만, 2022년 12월 흥민이가 나의 사촌이 된 썰은 내게 신기하고도 유쾌한 월드컵 스토리이자, 손흥민 스토리가 되었다.
2002년 시카고에서 12시간씩 알바를 하면서도 새벽 시간에 일어나 한일 월드컵을 보며 애국심에 불탔던 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역전 드라마를 만든 손흥민, 그것도 모자라 나의 꿈에 산타처럼 나타나 로또 당첨이라는 선물을 주고 간 손흥민 스토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뿐이랴! 수확은 또 있다.
이 모든 스토리를 제일 먼저 듣고 나보다 더 아쉬워하셨던 우리 엄마.
“아이고 아깝다! 늴리리 빰빠라 아파트와 내 피아노가 날아갔구나.”
이것은 로또 사건으로 인해 무의식 속에서 나온 엄마의 로망이었으니 그것을 발견한 것이 내겐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