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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reenwriter's Workbook"

시나리오 작법서 파헤치기

by 꼬불이

Syd Field 'The Screenwriter's Workbook' -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로 쓰는 것은 다르다



Syd Field의 'The Screenwriter's Workbook'는 1984년에 나왔다. 'Screenplay'(1979)가 나온 지 5년 후다.


첫 책이 이론이었다면 이 책은 실전이다.


필드는 깨달았다. 학생들이 3막 구조를 이해한다. 플롯 포인트도 안다. 하지만 못 쓴다.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로 쓰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었다. 워크북. 단계별 연습서.


읽는 책이 아니다. 시드 필드와 같이 쓰는 책이다.


필드는 수십 년간 워크샵을 했다. UCLA. USC. 전 세계.


매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시작하나요?"
"캐릭터가 안 살아나요."
"2막이 늘어져요."
"어떻게 끝내나요?"


이론은 안다. 하지만 적용을 못 한다.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하나하나. 단계별로.






필드가 던지는 핵심 한 방.


"글쓰기는 배우는 게 아니다. 연습하는 거다."


수영과 같다. 자전거 타기와 같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영을 못 한다. 자전거에 타지 않으면 넘어진다.


시나리오도 같다.


이론을 100번 읽어도 한 줄도 안 쓰면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필드는 말한다. "이 책의 각 장을 읽고 연습문제를 해라. 책이 끝날 때쯤 당신은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할 것이다."


약속이다. 조건부 약속.


따라오기만 한다면.






'The Screenwriter's Workbook'은 순차적이다.


1장 - 주제 찾기 (Subject)

2장 - 캐릭터 만들기

3장 - 구조 짜기

4장 - 1막 쓰기

5장 - 플롯 포인트 1

6장 - 2막 전반 쓰기

7장 - 중간점

8장 - 2막 후반 쓰기

9장 - 플롯 포인트 2

10장 - 3막 쓰기

11장 - 리라이트


각 장마다 연습문제가 있다. 구체적이다. 실행 가능하다.


"캐릭터 전기를 3페이지로 써라."

"플롯 포인트 1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

"2막 전반의 씬 카드를 30장 만들어라."


이론이 아니다. 숙제다.


나도 이 책으로 연습해 본적이 있다. 끝까지 따라 쓰지 못했다. 쉽지 않았다.


특히 2막. 언제나 2막이 문제다.






'브레이킹 배드' 시즌1을 예로 들어보자.


필드의 워크북 방식으로 분해하면 이렇다.



1단계: 주제 (Subject)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폐암 진단을 받고 마약을 만든다."


한 문장. 명확하다.


필드는 말한다.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지 못하면 시작하지 마라."


왜? 중심이 없으면 길을 잃기 때문이다.



2단계: 캐릭터 전기


월터 화이트.

- 50세

- 고등학교 화학 교사

- 과거: 그레이 매터 공동 창립자. 나갔다. 후회한다.

- 현재: 부업으로 세차장에서 일한다. 아들은 뇌성마비. 아내는 임신 중.

- 내면: 무력감. "난 실패자야."


필드는 말한다. "캐릭터 전기를 3페이지 써라. 캐릭터를 알아야 캐릭터가 뭘 할지 안다."


나도 이걸 한다. 시나리오 쓰기 전에. 캐릭터를 산다. 며칠간.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첫 페이지부터 뜯어고친다. 캐릭터가 틀렸다고 느끼면.



3단계: 구조 (Paradigm)


필드의 패러다임. 3막 구조.


1막 (0-30분): 월터 폐암 진단. 첫 마약 제조.

플롯 포인트 1: 크레이지 에이트 살해.


2막 (30-90분): 투코 거래. 제시와 파트너십. 딜레마들.

중간점: 투코의 폭력. 월터 각성.

플롯 포인트 2: 증거 은폐. 하이젠버그로 진화.


3막 (90-120분): 시즌1 결말. 하지만 여정은 계속.


필드는 말한다. "패러다임을 먼저 그려라. 지도 없이 여행하지 마라."



4단계: 씬 카드


필드의 핵심 도구. 인덱스 카드.


각 씬을 카드 한 장에 쓴다.

- 장소

- 시간

- 캐릭터

- 무슨 일이 일어나나

- 감정의 변화


'브레이킹 배드' 첫 화를 카드로 나누면 50장 정도.


카드는 움직일 수 있다. 순서를 바꿀 수 있다. 버릴 수 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구조를 본다.


필드는 말한다. "씬 카드로 전체를 보라. 구멍을 찾아라."


나도 이걸 쓴다.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며칠 동안 본다.


"이 씬은 약해. 저 씬은 필요 없어."


그리고 다시 쓴다. 시나리오 첫 줄을 쓰기 전에.


지금은 화이트보드가 아니라 직접 만든 '카드보드' 앱을 사용한다. 스크리브너도 카드보드가 기본이다.






'록키'를 필드의 워크북으로 분석해보자.



주제


"삼류 권투선수가 챔피언과 싸울 기회를 얻는다."


한 문장. 명확.



캐릭터 전기


록키 발보아.

- 30세. 필라델피아.

- 권투선수. 하지만 실패했다.

- 사채업자 밑에서 일한다. 뼈를 부러뜨린다.

- 폴리를 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 내면: "난 바보야. 아무것도 아니야."


3페이지 캐릭터 전기를 쓴다면?


어린 시절. 아버지. 첫 권투 시합. 꿈. 좌절. 현재.


이걸 알아야 록키가 왜 싸우는지 안다. 돈 때문이 아니다. 자존감 때문이다.



구조


1막 (0-28분): 록키의 일상. 아폴로 제안.

플롯 포인트 1: 록키 수락. 훈련 시작.


2막 (28-88분): 훈련. 폴리와의 관계. 두려움.

중간점 (60분): "난 끝까지 서 있고 싶어." 목표 변경.

플롯 포인트 2: 경기 전날 밤. 결심.


3막 (88-119분): 경기. 15라운드. "에이드리언!"


필드의 패러다임과 정확히 맞는다.



씬 카드 예시


카드 #1

장소: 체육관

시간: 밤

캐릭터: 록키, 상대 선수

무슨 일: 록키가 경기에서 이긴다. 하지만 돈을 못 받는다.

감정 변화: 희망 → 실망


카드 #23 (플롯 포인트 1)

장소: 록키의 아파트

시간: 밤

캐릭터: 록키, TV

무슨 일: 아폴로가 록키를 선택한다는 뉴스.

감정 변화: 놀람 → 두려움 → 결심


카드 #45 (중간점)

장소: 아파트

시간: 밤

캐릭터: 록키, 에이드리언

무슨 일: "난 그를 이길 수 없어. 하지만 15라운드까지 서 있고 싶어."

감정 변화: 자기 의심 → 새로운 목표


필드는 말한다. "각 카드는 씬의 미니어처다. 전체를 보기 전에 부분을 완성하라."






워크북의 핵심은 리라이트다.


필드는 한 장을 리라이트에 할애한다.


"첫 초고는 항상 쓰레기다."


이건 욕이 아니다. 사실이다.


첫 초고의 목적은 완성이다. 완벽이 아니라.


일단 끝까지 쓴다. 나쁘게 써도 괜찮다. 구멍이 있어도 괜찮다.


끝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리라이트한다.


필드는 구체적인 리라이트 과정을 제시한다.



1단계: 읽기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메모하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느낌을 파악한다. "이게 작동하나? 지루한가? 감정이 있나?"



2단계: 메모


두 번째 읽기. 이번엔 메모한다.


씬별로.

- 이 씬은 필요한가?

- 너무 긴가?

- 감정이 명확한가?

- 대사가 자연스러운가?



3단계: 구조 점검


패러다임을 다시 본다.


플롯 포인트 1이 30페이지에 있나?

중간점이 명확한가?

플롯 포인트 2가 강력한가?


구조가 약하면 전체가 무너진다.



4단계: 캐릭터 점검


주인공이 명확한가?

응원받는가?

변화하는가?


필드는 말한다. "캐릭터가 변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아니다."



5단계: 리라이트


이제 쓴다. 다시.


첫 페이지부터. 또는 약한 씬부터.


리라이트는 고치는 게 아니다. 다시 쓰는 거다.


나도 이렇게 한다. 최소 3번. 보통 5번.


그리고 또 고친다. 감독이 오면. 배우가 오면. 촬영장에서.


리라이트는 끝이 없다. 방영되기 전까지.






필드와 내 7가지 원칙의 연결.



1. 주인공은 하나다.


필드의 첫 질문. "누구의 이야기인가?"


이게 명확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록키 - 록키의 이야기

브레이킹 배드 - 월터의 이야기

그래비티 - 라이언의 이야기



2. 주인공은 초반에 장애를 갖고 있다.


필드는 이걸 "Dramatic Need"라고 부른다.


주인공이 뭘 원하는가? 왜 원하는가? 뭐가 막고 있는가?


워크북의 연습문제. "주인공의 극적 욕구를 한 문장으로 써라."


월터 - 가족을 위한 돈. 하지만 진짜는 자기 증명.

록키 - 챔피언과 싸우기. 하지만 진짜는 자존감.



3. 주인공은 응원받아야 한다.


필드는 1막에서 이걸 만들라고 한다.


"관객이 주인공을 신경 쓰게 만들어라. 첫 10페이지 안에."


어떻게?


록키 - 사채업자 일을 하지만 거북이에게 먹이를 준다. 폴리에게 친절하다.

월터 - 부업까지 한다. 가족을 사랑한다. 불공평하게 대우받는다.


우리는 그들을 응원한다.



4. 장애와 초목표는 외면적/내면적으로 구분된다.


필드는 이걸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시한다.


"What does the character want? (외면적)"

"What does the character need? (내면적)"


록키 - Want: 15라운드 버티기. Need: 자기 증명.

월터 - Want: 돈. Need: 힘과 자존감.



5. 내면적 초목표가 결국 주제다.


필드의 워크북 연습문제.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플롯이 아니다. 주제다.


록키는 권투 영화가 아니다. 자기 증명에 관한 영화다.

브레이킹 배드는 마약 드라마가 아니다. 선택과 변화에 관한 드라마다.



6. 주인공은 180도 변한다.


필드의 패러다임이 이걸 만든다.


1막의 주인공 ≠ 3막의 주인공


록키 - 자기 비하 → 자기 긍정

월터 - 무력함 → 힘


워크북 연습문제. "Opening Image와 Final Image를 비교하라. 뭐가 변했나?"



7. 서브텍스트


필드는 한 장을 서브텍스트에 할애한다.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강하다."


대부 - 문이 닫힌다. 대사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록키 - "난 그저 끝까지 서 있고 싶을 뿐이야." 승리가 아니라 존엄.


워크북 연습문제. "대사 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씬을 하나 써라."






필드의 워크북이 주는 가장 큰 교훈.


"쓰기 시작해야 작가다."


이론을 아무리 읽어도 한 줄도 안 쓰면 작가가 아니다.


맥키를 10번 읽어도, 스나이더를 암기해도, 보글러를 외워도.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필드는 말한다. "이 책의 연습문제를 다 하면 당신은 시나리오 한 편을 가질 것이다.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성본이다."


완성본. 이게 핵심이다.


초고가 아무리 나빠도 빈 페이지보다 낫다.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빈 페이지는 고칠 게 없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필드의 워크북으로 쓴다면?



주제


"가난한 여자 복서가 늦은 나이에 챔피언을 꿈꾼다."



캐릭터 전기


매기 피츠제럴드.

- 31세. 웨이트리스.

- 가난한 집안. 가족은 그녀를 이용한다.

- 권투를 배우고 싶다. 늦었다. 하지만 포기 안 한다.

- 내면: "난 뭔가를 증명하고 싶어. 나한테."


3페이지 전기를 쓴다. 어린 시절. 아버지. 가족. 꿈.



구조


1막 (0-30분): 매기가 프랭키 체육관에 온다. 훈련 요청.

플롯 포인트 1: 프랭키가 매기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2막 (30-90분): 훈련. 경기. 승리들. 관계 깊어짐.

중간점 (60분): 타이틀 매치 결정. 하지만 위험도 증가.

플롯 포인트 2: 반칙 펀치. 매기 쓰러짐. 척추 손상.


3막 (90-132분): 병원. 결정. 프랭키의 선택.



씬 카드


카드 #1: 체육관. 매기 등장. 프랭키 거부.

카드 #15 (플롯 포인트 1): 프랭키 마음 바뀜. 훈련 시작.

카드 #30 (중간점): 타이틀 매치 제안. 프랭키 망설임.

카드 #45 (플롯 포인트 2): 경기. 반칙. 매기 쓰러짐.

카드 #60: 병원. 프랭키의 선택.



리라이트 포인트


- 1막: 프랭키의 거부가 충분히 강한가? 매기의 결심이 명확한가?

- 2막 전반: 훈련 장면들이 반복적이지 않은가? 각 장면마다 새로운 정보가 있는가?

- 중간점: 위험의 복선이 명확한가?

- 2막 후반: 사고가 갑작스럽지 않은가? 준비됐나?

- 3막: 프랭키의 결정이 성급하지 않은가? 고민이 보이나?


각 질문에 답하며 리라이트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첫 페이지부터 뜯어고친다. 감정이 약하다고 느끼면.






워크북의 한계도 있다.


공식처럼 따르면 기계적이 된다.


모든 이야기가 패러다임에 맞는 건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다른 구조가 필요하다.


필드 자신도 인정한다. "이건 지도다. 목적지가 아니다."


하지만 초보 작가에겐 지도가 필요하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도 처음엔 필드를 따랐다. 교과서처럼.


10년 후엔 벗어났다.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온다. 막힐 때. 필드의 질문들로.


"주인공이 명확한가?"

"플롯 포인트가 강한가?"

"2막이 늘어지지 않았나?"


이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Syd Field의 'The Screenwriter's Workbook'는 시나리오 쓰기의 실전 매뉴얼이다.


이론을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그 차이를 메운다.


각 장을 읽는다. 연습문제를 한다. 책이 끝날 때쯤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있다. 빈 페이지가 아니다.


그리고 리라이트한다. 처음부터. 다시.


이게 작가의 삶이다.


필드는 말했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다. 기술이다. 연습이다."


맞는 말이다.


록키는 타고난 복서가 아니었다. 훈련했다. 매일.


월터는 타고난 범죄자가 아니었다. 배웠다. 실수하며.


작가도 같다. 타고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진다. 쓰면서.


필드의 워크북은 그 과정을 안내한다. 한 걸음씩.


그래서 우리는 밤새 쓴다. 필드의 질문들을 붙들고.


"이 씬이 작동하나?"

"캐릭터가 살아있나?"

"감정이 전달되나?"


그리고 다음날 아침 첫 페이지부터 뜯어고친다.




하지만 필드 덕분에 우리는 안다. 어떻게 쓰는지. 단계별로.


3막 구조. 씬 카드. 캐릭터 전기. 리라이트.


도구들. 필드가 준 도구들.


그리고 우리는 쓴다.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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