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 백 번씩 사랑한다 주고받는 우리는 늦은 밤이 되면 더 진해지지. 나풀거리는 눈발처럼, 물가에 잠든 불빛처럼, 단 한 번도 땅에 떨어진 적 없는 나뭇잎처럼. 쉴 새 없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또 다른 너에게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파도가 되는 시간.
사랑을 주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주는 만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내가 주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너희들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세계는 있는 그대로 경이로워졌어. 삶은 그 자체로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것이라고.
누군가가 부럽거나 앞서 나가는 마음이 들 때면 사실은 출발선이랄 게 있나, 출발도 끝도 아닌 어떤 선에서 누구든 우연히 마주쳤을 뿐. 이유 없는 넉넉함으로 너희에게 한 번쯤 더 웃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엄마라는 세계가 한없이 팽창하다 팍 터져버려서 나라는 인간은 단 한 점도 남지 않을 때면 그래 그것도 기분이겠지. 그런 날들도 흘러가면 나의 세계 속으로 엄마라는 한 인간이 들어오겠지, 부족한 게 부족하지 않고, 아픈 게 아프지 않고, 괴로운 게 괴롭지 않다 거짓말은 못 하겠지만 분명 지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은 믿을 줄 아는 단단한 인간이 되어있겠지.
초코 아이스크림이 더 먹고 싶다며 우는 동생에게 주운 도토리를 선물로 내미는 언니나 풀밭에 하나뿐인 민들레를 언니에게 건네는 동생이나 너희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일까. 너희를 사랑으로 보는 내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일까. 우리가 사랑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무엇이 사랑일까. 손을 잡고 저 멀리까지 내달리는 너희들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면, 이 삶을 더 진실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삶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사랑으로 비롯된 일이라는 걸.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이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엄마라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