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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16. 2021

자기 양심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라

 ― 16. 기본과 기초에 대하여


기본과 기초가 없으면, 즉 기본과 기초가 무너지면 모든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는 뜻으로 오래 유지되지 못할 일이나 실현 불가능한 일을 뜻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을 지을 때 그 집의 기본이자 기초가 되는 주춧돌을 깊고 단단하게 세우지 않으면 그 집은 얼마 가지 못해서 무너지고 만다. 그런 만큼 기본과 기초는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무엇이든 기본과 기초가 중요하다. 기초와 기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기초 : 사물의 기본이 되는 토대


● 기본 :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


기본과 기초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규율이다. 따라서 아무리 싫어도 꼭 알아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사건 사고는 기본과 기초를 지키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규율이 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일어난 구의역 사건이다.


고등학교 재학 중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 유지 보수 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던 19살 청년이 있었다. 140만 원이 채 되지 않은 월급으로 적금까지 넣어가며 일했던 청년은 지하철 기관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가 일했던 회사는 97개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 보수를 맡고 있었지만, 직원이라고는 10여 명이 전부였다. 당연히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기본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역시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결국 지하철에 치여서 목숨을 잃었다. 기본과 기초를 지키지 않는 회사와 그것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사회가 젊은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더 심각한 일은 그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책임지지 않고, 그에 따른 처벌 역시 약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화되었을 때만 솥뚜껑처럼 일시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고 만다. 즉,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기본과 기초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방증하는 셈이다. 그러니 누구도 그것을 굳이 지키려고 하지 않고, 결국 지키는 사람만 바보 소리를 듣는다.




선진국일수록 기본과 기초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또한,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무거운 책임과 처벌이 뒤따른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 역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실례로, 일본에서는 어린이가 건널목에 서 있으면 모든 자동차가 멈춘다. 신호등이 빨간색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멈춰서 어린이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자신이 빨리 가는 것보다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시민 의식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실정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만들고, 각종 법안을 만들어서 위반하면 가중처벌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음주운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단속해도 술 마시고 운전하는 사람이 줄지 않는다.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목숨 역시 소중하다는 경각심 따위는 애초에 없다. 역시나 처벌 수준이 낮은 데 그 원인이 있다.




기본과 기초만 잘 지켜도 사회는 발전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나 몰라라 한다. 나아가 그런 것쯤은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면서 죽음을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과 기초가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서자(西子)가 스승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공자께서는 흘러가는 물을 보고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흘러 쉬지 않는구나’라고 하셨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라고 했습니다. 공자께서는 물의 어떤 점을 높이 사서 그렇게 비유하신 것입니까?”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근원이 있는 샘물은 저절로 솟아나서 밤낮으로 달려간다. 웅덩이가 있으면 건너뛰지 않고 하나하나 채우고 강을 지나 바다까지 이른다. 하지만 근원이 없는 웅덩이의 물은 장마철에는 금방 가득 차지만, 우리가 서서 마르기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 금방 마르고 만다.”




▶▶▶ 기본과 기초는 우리가 몰라도 되거나 무시해도 좋은 것이 절대 아니다. 기본과 기초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칙이다. 그것을 지켜야만 사회가 유지될 수고, 우리 역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통 법칙 같은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질서가 무너지면 더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너도나도 위반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무엇이건 만들고 세우는 것은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말했다시피, 기본과 기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법은 그다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걸리지 않으면 되고, 걸리더라도 처벌 수준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을 어겨서 받는 처벌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먹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서워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기 양심이다.


기본과 기초를 지키지 않은 것은 자기 양심의 문제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보다는 자기 양심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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