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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16. 2021

인생은 내리막길에서 훨씬 성숙해진다

 ― 14. 자기 성찰에 대하여


‘아포리아(Aporia)’라는 철학 용어가 있다. 그리스어 ‘길이 없음’에서 유래한 말로 통로나 수단이 없어서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 즉 난관에 부딪혀서 다른 방법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포리아에 부딪히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 또한, 노를 더 빨리 젓기보다는 잠깐 노를 내려놓은 후 다른 사람의 지혜를 배웠다. 한 걸음 물러나서 문제를 바라본 것이다. 이렇듯 때로는 하던 일에서 한발 물러서서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해법이 저절로 보일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 일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에서 실수를 더 잘 찾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회계약설로 유명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라는 책이 있다. 비록 읽기 쉽지 않은 책이기는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보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를 비롯한 프랑스 작가들은 물론 괴테, 실러(Friedrich Von Schiller) 같은 독일 작가들에게까지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혼자다. 더는 형제도, 가까운 사람도, 친구도, 사람들과의 교제도 없고, 오직 나 자신뿐이다.


라는 자못 비장한 어투로 시작되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루소가 죽기 2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미완성 작품으로, 당시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상을 주장하면서 끊임없는 연금과 박해, 도피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의 삶에 관한 기록이다.


그는 총 10번의 산책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하지만 10번째 산책을 채 끝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고,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그가 당시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산책과 식물 채집과 같은 소일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책 제목에서 말하는 고독한 산책자는 루소 자신이며, 그가 바라는 이상과 생각은 현실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것을 ‘몽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고독 속에서도 루소는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 자기 성찰에 그만큼 힘쓴 것이다.

 

루소의 삶에서 알 수 있듯, 높은 곳에 서야만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절박하고 힘들 때, 즉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비로소 진실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보는 자신은 오만하고 자만할 수 있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보는 자신은 더는 잃을 것이 없기에 더없이 겸손하고 진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만과 자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하지만, 겸손과 진실함은 자신을 바로 보게 한다.




▶▶▶ 우리 삶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내 경험상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주 정확하다. 생각이 확실하고 적극적인 사람은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지만, 생각이 불분명하고 게으른 사람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삶을 살게 마련이다. 그러니 네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자신을 성찰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만이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자신을 더욱더 단단하고 성장하게 하는 최고의 비결이다. 덕망 높은 선승들은 반드시 그런 수양과 참선의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기와의 끊임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끔 걸어온 길을 한 번씩 되돌아봐라. 선승들처럼 힘든 고행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네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아야만 실수와 잘못을 깨닫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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