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자와 서울 여자가 만났을 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다가오다

by kseniya

나의 자리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더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발 빠르게 시대의 변화에 움직인 덕에 그 구역의 중심인물로 이미 나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같은 경쟁상대에게는 껄끄러운 대상이었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크라스나 다르에서 온 사샤 덕분에 나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생활이 지속되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김해 공항에 내려 사샤의 단골 무역회사가 있는 중앙동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부산을 가로지르는 택시의 속도는 앞으로 펼쳐질 나의 행보를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거침없이 도시를 달리고 있었다.


나의 사무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고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공간의 그 사무실의 실무자인 김 과장이 냉정한 얼굴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 뒤로 들어온 박상무라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사샤에게 이미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사람 좋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이 사무실은 서류와 통관 절차에 모든 법적인 서류를 준비하는 곳이었고, 이들의 실제적인 사무실은 송도의 바닷가의 매립지에 있던 공간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부산 사람들..

나의 부모님들도 이 곳 출신이라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 거칠고 투박한 말투 속에 정은 아주 많았다.

인심 좋은 얼굴로 손님으로서 나에게 융숭한 접대를 하였다.

나는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엄청난 규모의 그들의 사업규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그들은 그 일대에서 엄청난 부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 역시 사업이라고는 담쌓고 살 것 같은 도시의 여자가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걸 마치 신기한 양 쳐다보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요한 서류들을 전달하고 난 나머지 나는 그날 밤 기차로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인생은 돌계단을 하나하나 건너듯이 항상 결정의 순간들이 생긴다.

나는 의리 있는 사람이었지만 더 이상 원 사장과의 마찰은 나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없어도 그의 비즈니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나는 그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수가 없었다.

얼마든지 그를 구슬릴 수 있었다. 나의 상황에서는...

그는 내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나의 업무상의 일련의 과정들에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더없이 쉬운 상사였다.

사실 검은 마음만 먹으면 그는 더없이 좋은 이용하기 좋은 상대였다. 삶이 쉬워질 수도 있는 누구나 원하는 그런 대상이었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만나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사장으로서의 신뢰가 무너지고 더 이상 그와 일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인생은 나에게 매사가 살얼음 같은 결정의 순간들이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마다 나의 앞에는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공과 사의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번엔 나만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몇 번의 부산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그들과의 유대는 훨씬 편한 상대가 되었다.

전화 한 통으로도 업무가 진행될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박상무였다. 서울로 출장 왔다가 나를 보고 가고 싶다고 했다.

러시아 레스토랑에서 만난 자리에서 같은 동료를 데리고 온 그는 단돈 직입적으로 말했다.

자신의 상사인 실질적인 무역회사의 주인인 김 전무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사실상의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김 전무의 사업적인 감각은 여우 같은 기질과 꼼꼼함을 갖춘 감히 나는 넘 볼 수도 없는 거물급이었다.

나는 부산에서 아직 그를 한 번도 보질 못했다. 그러나 나의 행보는 아마도 뒤에서 다 듣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전무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조만간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에 비해 어찌 보면 얼떨결에 발을 들여놓은 애송이였지만 처음부터 나는 기죽고 들어가기 싫었다.

만약 나를 만나고 싶으면 서울로 직접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부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담이지만 그때 같이 따라온 남자가 후에 그 날의 나를 만난 이후 부산에서 난리가 났다고 했다.

서울 물이 다르다고 하하하.... 재수 없지만 내 자랑이다.


인생은 항상 승부수다. 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그곳이 아니더라도 내가 손해 볼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박상무, 나의 당돌함에 놀라면서 그대로 전하겠다고 기가 찬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김 전무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그들에게는 신적인 존재인 그에게 감히 나 같은 조그마한 애송이 같은 여자가 대차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 그들에게는 황당한 눈치였다.

부산의 거물인 부산 남자와 가진건 과감한 배팅만 할 줄 아는 무대뽀의 서울 여자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와 나의 서슬 퍼런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행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서슬 퍼런 운명의 파도 속으로 겁 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할 운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에게는 가혹한 운명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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