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짧은 여행을 했다. 원래 일 년에 한 번씩은 둘이서만 지방으로 2박으로 여행을 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가까운 곳으로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친구가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고백을 하나 했다. 많이 지쳤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직장 폐쇄로 정리 해고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큰딸로 혼자인 엄마를 돌보며 자신에게 의지하는 동생까지 생각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토로했다.
안쓰러웠다. 친구는 엄마와 동생이 버거워지는 그 순간이 온 것조차도 미안함,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걸 엄마가 알면 너무 서운해하실 텐데. 그렇게 사랑하던 동생인데 이제 내가 챙겨주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속상해."
난 어쩌면 한 번은 와야 했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보다도 늘 가족을 먼저 위했던 친구가 가족을 그리 껴안고 살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힘들어했을까?
우린 때론 가족과 친구, 배우자, 사랑하는 연인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은 아닌가 한다. 너무 가까운 그 거리는 결국 서로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어버린다.
내 영역을 깊게 침범하고 있는 사랑이란 이름은 결국 부담과 짐이 되어 나를 누른다. 애초에 그렇게 사랑을 껴안고 부둥켜안고 살지 않았다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면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도 버거워진다. 자연스러운 이치다. 내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들어지는데, 이제 내게 남은 에너지가 다 떨어졌는데 무슨 힘으로 사랑을 돌볼까? 이미 난 방전 상태인데 말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난 말했다. 이제 너를 지키라고. 네가 에너지를 많이 모아놓아야 엄마도 챙기고 동생도 챙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우린 단 하나의 몸으로 살아가는데 내가 나를 챙겨야 힘을 내서 사랑하는 그 마음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지 않겠느냐고.그리고 친구에게 내가 마음에 새겼던 말을 하나 해주었다.
불가근불가원 不可近不可遠
예전에 존경하는 선배가 자주 했던 말인데, 친구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딱 이 말이었다. 불가근불가원,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주로 친구관계가 어려울 때 떠올리는 말이지만, 요즘은 주변의 모두를 생각할 때 난 이 말을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나 자신이 아닌 이상 너무 가까이 혹은 너무 멀리도 하지 않는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결국 우린 혼자다. 나를 돌보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하고, 그래야 주변도 돌아볼 수 있다. 부디 친구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리고 나도 타인과 나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