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한 구절이다. 아직도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 때 학교에 b 서클로 횡행하던 문학동아리들이 있었다. 우린 그곳에 암암리에 가입하여 함께 시나 소설을 읽고 토론도 하고 그랬다.
돌이켜 보면 문학은 둘째고, 연애나 친목이 우선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친구와 교환 일기를 쓰고 짝사랑하는 오빠 때문에 마음 앓이를 했던 기억도 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매일 밤 곱씹으며, 참 어리석지만 사춘기라는 감옥에 영원히 갇혀 비극적인 삶을 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어른이 된 지금, 그때 함께 시를 읽던 이들을 생각한다. 다들 가장이 되고 주부가 되었으며 회사원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시민의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된 우리의 마음속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구절을 가슴에 깊게 새긴 채.
"내 나이가 이렇게 들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마치 나는 그대로인데 그냥 숫자만 바뀐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우리의 나이, 숫자가 무색하게 다가온다. 시를 읊던 나는 없지만 여전히 나는 나다. 나이는 들었어도 감성과 뜨거운 사랑만은 그대로 간직한. 그때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지만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고 조용히 삶을 이어 나가고 있으니 그걸로도 우린,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문득, 첫 번째 구절은 생각이 나는데 도통 그다음은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아 오랜만에 푸시킨의 시집을 펼쳐보았다. 그의 말처럼 삶은 날 지독하게 속이며 이어왔지만 역시 그의 말처럼 오늘 난 또 하나의 희망을 갖는다.
그래서 오늘은 열여덟 그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다음 구절을 조용히 읊조리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