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다섯 명, 어른 한 명이 둘러앉았다.
죽어도 시는 읽기 싫다는 아이 다섯 명은
어른 한 명의 꼬드김에 시를 짓기로 했다.
쓸씀함에 대하여.
우리는 일주일 동안 쓸쓸함을 찾아 적어 오기로 했다.
딱 한 개만.
접힌 포스트잇에 아이 다섯 명의 쓸쓸함이 적어 있다.
서희는 가정통신문 종이 냄새가,
용준은 유니세프 광고 소리가,
희진은 달력을 보니 내일이 월요일인 순간이,
이현은 수영장의 물맛이
민지는 할아버지 목침 베개에 누운 느낌이
쓸쓸함이라고 했다.
아이 다섯 명은 어른 한 명의 쓸쓸함이 궁금하다.
어른 한 명의 포스트잇을 편다.
'글을 쓰는 밤'
에이, 재미없어요.
어른 한 명의 쓸쓸함이 적힌 종이는 외면받는다.
우리는 쓸쓸함의 단어로 시를 쓰기로 했다.
며칠 후에 낭독도 할 것이다. 발음은 새지만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 속에 또박또박 읽으려는 어른 목소리가 섞여 있을 것이다.
어른 한 명은 밤마다 쓸쓸하게 글을 쓰는 마음이 아이 다섯 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할 것이다.
시 제목은 '그렇게도 아이들을 좋아하더니 아이들과 일합니다'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고백과 아이 다섯 명의 쓸쓸함은 '모두 아이였다'의 두 번째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다.
아이가 걸어온 길이 어른이다.
내가 나온 길을 여행하고 나아가는 순간을 기록했다.
글을 읽는 분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내 안의 아이를 아껴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