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서 의미를 찾다.
그리고 몇 년 뒤, 나는 한 권의 책에서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광고인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책은 우리의 얼어붙은 생각을 깨뜨리는 도끼”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생업에 쓴다. 어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학생들은 더 편하게 먹고 살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한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그들은 너무 바쁘다. 그래서 타성에 젖는다. 생각이 얼어붙는다. 늘 바라보던 방식, 남들이 바라보는 방식대로만 세상을 본다.
그런데 가끔 교과서를 외우거나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는 일 말고,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쓰는 별종들이 있다.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니 그들은 자연히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통 사람들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된다. 그 별종들은 그들의 독특한 생각과 관점을 모아 책이라는 걸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얼어붙은 우리의 생각을 깨뜨리는 도끼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도 정형화된 생각의 패턴을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이 나를 사로잡았던 건 이 이야기가 내가 명문대 입학이라는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성취를 이루고도 불행한 대학 시절을 보낸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려면 의미를 찾아야 한다. 값비싼 명품도, 산해진미도, 호화로운 집도 그 자체로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명품을 입으면 남들이 우러러 봐주니까, 비싼 음식점에 드나들고 호화로운 집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돈이 많고, 돈이 많으면 싸울 일이 별로 없으니까, 행복한 것이다. 자식을 잃었을 때, 사랑하는 이와 이별했을 때 이 따위 것들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과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단칸방에 누워서 한 이불 덮고 꽁냥꽁냥하는 게 더 행복하다.
그런데 의미를 찾으려면 삶을 성찰해야 한다. 천천히, 깊이있게 음미해야 한다.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달달달 외운 책보다는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고 사색하면서 읽은 책이, 버스에서 우르르 내려서 15분 동안 사진 찍고, 다시 버스에 타서 다음 여행지까지 가는 동안 자고, 또 우르르 내려서 사진 찍는 겉핥기식 여행보다는 여러 군데를 돌아보지는 못했더라도 여유있게 즐긴 여행이 더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속도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구구단이나 한글을 몇 살 때 떼었는지, 학원에서 선행 학습으로 몇 학년 걸 배우고 있는지,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 하는 게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나는 삶으로부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바쁘게 살긴 했는데 정작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의미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단편 영화 제작도 해봤고, 언론사 시험 준비도 했고, 논술 강의도 해봤다. 많은 것들을 했지만 핵심은 생각이었다. 세상을 자기만의 관점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생각을 흡수하고, 나만의 생각의 패턴을 만들어가려 했다.
그것들은 내 삶의 의미가 되었다. 부모님이, 선생님들이, 세상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오던 나는 이제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인간으로 성장해나갈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