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7주, 우울증 환자의 사회생활은 더 고되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지만, 나는 스스로 늘 너무나 부족하다 느낀다.
업무와 인간관계 사이에서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존재가치 자체가 흔들리는 날들이 계속된다.
# 야근
서무 업무를 맡은 건 올해 처음이다.
주요 업무 계획 시즌이 돌아왔다. 취합은 받았지만, 결국 다 내 손으로 써야 한다.
이전 팀장님은 로드맵 정도는 도와주셨던 것 같은데, 우리 팀장님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년 초 행사와 성과 보고서로 거의 세 달간 매일 야근을 했던 나는, 이후 네 달간 칼퇴를 하며 숨을 돌렸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이틀 야근을 했다.
이번엔 팀장님과 단둘이 야근이다. 그녀는 업무를 도와주려 초근한 게 아니라, 시간 내내 나에게 스몰토크를 걸며 오히려 일을 방해했다.
# 중압감, 불면증
퇴근 후에도 업무 중압감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두 달 만에 멜라토닌을 찾았지만 효과가 없자, 추가 수면제를 복용했다.
# 밥그릇 싸움, 갈등
힘든 삼일을 보내 주요업무계획을 겨우 제출했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특별조정교부금이 내려와 업무 분장에 지장이 생겼다.
우리 사업소는 관활 지역이 명확한데, 팀장님은 건축사업까지 우리가 맡으라 한다.
그녀의 개인 치적 욕심 때문이다.
모든 팀원이 반대했고, 특히 정규직인 나와 동료는 둘이 불려가 긴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그녀는 우리의 완강한 태도에 눈물까지 보였다.
나도 갈등에 휘말려 싫은 소리를 하는 건 소모적이고, 피로했다.
# 사회적 가면
평소 혼밥하던 팀장님이 오늘따라 함께 도시락을 먹자 한다.
울고 불고 한 뒤에도 태연히 농담을 던지며 밥을 먹고, 오후에는 스몰토크를 이어간다.
팀장님의 마음을 풀어주려 평소 참여하지 않던 나도 애써 동참했지만, 원래 내 모습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너무 힘들었다.
# 면박
정규직 회의가 끝나자 임기제 몇이 다가와 내용을 묻는다.
평소 나와 친해지고 싶어하며 호의를 보인 동료에게, 팀장님의 부적절한 언행을 녹음했다고 살짝 말했다.
그러자 동료는 정색하며 나를 면박주었다.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크냐며, 어디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도 했다.
믿을만한 상대라고 생각해서 털어놓은 건데, 상처만 남았다.
# 내가 잘못했나?
조직혁신모임 모집 공고가 떴다.
대학 시절 1인 시위와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브런치 글로 공직 조직 부당함을 토로한 나.
피가 끓었고, 망설이다 덜컥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갑자기 조직에서 미움을 받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 죄책감
귀가 후, 하루종일 모든 일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연달은 야근으로 지친 몸,
어울리지않게 단호한 말을 한 내 모습,
동료의 면박,
혁신 모임 가입까지...
다 내 잘못 같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치스럽고, 죄책감이 든다.
아, 나는...
버겁고 탈진했다.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할 힘이 없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와 괴로워, 필요시 안정제 약을 두 번째로 찾았다.
피곤했지만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들었지만, 그마저도 악몽으로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