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병실 입원, 척수액검사
일반병동에 들어왔다.
MRI, CT 검사결과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워있다보니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상반신을 일으키고 두 다리만 침대 밖으로 걸쳐보았다.
느낌상 검사때보다도 더 못 걸을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그저 온 몸이 돌덩이처럼 묵직했다.
그래서 화장실로 걸어가는 건 포기.
침대에서 일을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다.
엄마가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일회용 비닐로 싸인 납작한 초록색 변기를 빌려왔다.
엄마가 간병인 전용의자에 변기를 내려놓고 나를 부축했다.
침대에서 변기로 옮겨 앉았고 일을 봤다.
하지만 일을 다 보고 문제가 생겼다.
일어서지 못하고 변기에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으악 곤란하군.
엄마가 무거운 나를 오뚜기처럼
좌우로 밀고 당기면서
변기는 어떻게든 흘리지 않고 잽싸게 치웠다.
그 다음 내 몸이 당장 의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간호사를 호출했다.
간호사도 엄마처럼 내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내 두 무릎은 원망스럽게도
자꾸 앞뒤로 힘없이 꺾이고 접혔다.
간호사가 하마터면 내 몸에 깔릴뻔했다가
겨우겨우 침대에 엉덩이와 등을 붙이고 누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힘들게 끙끙 부축을 해주는 동안
나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무력감을 느꼈겠지만
이날은 그저 정신이 멍 했다.
'지금 내 몸은 대체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걸까? 더 나빠질까?'
그리고 그날 밤.
일반병동 6인실에서 나는 더 아팠다.
앓는 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
통증이 또 심해졌다.
“음, 음, 음---음, …”
음과 음 소리 사이에 숨을 내쉬기만 해도
다리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계속 목소리를 내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음-음, 음, 음, …”
다리가 밤새 어떻게 되어버릴 것처럼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이러다가 장애가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병원입원이 생전 처음이던 나는 진통제 없이 그날 밤을 꼴딱 샜다.
그 정도로 아프면 진통제를 바로 투여받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미련했다.
마약성 없는 진통제를 투여받으면 된다. (4시간 효과지속)
나는 그날밤 얼굴에 열이 나는 듯 너무 더워서 힘들어했다.
목 전체가 뜨거워서 얼음찜질을 했다.
그렇게 첫날 밤 병원에서 뜬 눈으로
진통제 없이 새벽을 맞았다.
잠은 한 숨도 못 잤다.
아침이 되자 담당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의사가 언제 들어오는지 물었다.
곧 회진이 시작되면 이곳으로 오신다고 했고
나는 더 커지는 통증에 어쩔 줄 몰라하며
회진 순서를 참고 기다렸다.
우리 방 회진이 시작됐고 내 차례가 되자
지난 밤 동안 참았던 걸 터뜨리듯 다다다다 말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아팠고
지금도 다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고
이러다가 장애가 생기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순간 내 말을 듣던 의사 얼굴에 심각한 표정이 스쳤다.
그리고 말했다. 이젠 진짜로 척수액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병의 진행이 빨라보이니
검사실로 긴급히 보내야 한다는 말도 들렸다.
나는 침대 째로 실려가(끌려가) 연구실 같은 작은 방에서
다른 내 또래의 의사가 시키는대로 옆으로 누웠다.
처음엔 허리 중간에 마취주사.
그다음 몇 분간 마취가 퍼지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세요. 시작합니다."
의사가 먹먹해진 등허리 어딘가에 주사를 꽂고
척수액을 뽑기 시작했다.
"아프진 않죠?"
"네."
"마취는 잘 됐군요. 지금 거의다 뽑았어요."
"얼...얼마나 걸리는데요?"
찌르는 동안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허리의 먹먹함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처치를 마치고 의사가 검사 후의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주사바늘 구멍이 잘 아물어야 하니까
바른 자세로 누워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한다.
주사구멍이 약간 커서 피부가 아무는 시간도 좀 걸린단다.
6인실로 돌아온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 위로 올렸다.
내가 끔찍하게 여기던 척수액 검사를 받다니!
무서운 과정을 다 마쳤으니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천장을 쳐다보면서 결과만을 기다렸다.
(다음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