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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 길렝바레는 처음이라

일반병실 입원, 척수액검사

by 서이 Seoy

스스로 일 처리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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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병동에 들어왔다.

MRI, CT 검사결과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누워있다보니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상반신을 일으키고 두 다리만 침대 밖으로 걸쳐보았다.

느낌상 검사때보다도 더 못 걸을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그저 온 몸이 돌덩이처럼 묵직했다.

그래서 화장실로 걸어가는 건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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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일을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다.

엄마가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일회용 비닐로 싸인 납작한 초록색 변기를 빌려왔다.

엄마가 간병인 전용의자에 변기를 내려놓고 나를 부축했다.

침대에서 변기로 옮겨 앉았고 일을 봤다.

하지만 일을 다 보고 문제가 생겼다.

일어서지 못하고 변기에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으악 곤란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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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무거운 나를 오뚜기처럼

좌우로 밀고 당기면서

변기는 어떻게든 흘리지 않고 잽싸게 치웠다.

그 다음 내 몸이 당장 의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간호사를 호출했다.

간호사도 엄마처럼 내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내 두 무릎은 원망스럽게도

자꾸 앞뒤로 힘없이 꺾이고 접혔다.

간호사가 하마터면 내 몸에 깔릴뻔했다가

겨우겨우 침대에 엉덩이와 등을 붙이고 누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힘들게 끙끙 부축을 해주는 동안

나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무력감을 느꼈겠지만

이날은 그저 정신이 멍 했다.

'지금 내 몸은 대체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걸까? 더 나빠질까?'



최악의 밤



그리고 그날 밤.

일반병동 6인실에서 나는 더 아팠다.

앓는 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

통증이 또 심해졌다.


“음, 음, 음---음, …”


음과 음 소리 사이에 숨을 내쉬기만 해도

다리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계속 목소리를 내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음-음, 음, 음, …”


다리가 밤새 어떻게 되어버릴 것처럼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이러다가 장애가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병원입원이 생전 처음이던 나는 진통제 없이 그날 밤을 꼴딱 샜다.

그 정도로 아프면 진통제를 바로 투여받았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미련했다.

마약성 없는 진통제를 투여받으면 된다. (4시간 효과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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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밤 얼굴에 열이 나는 듯 너무 더워서 힘들어했다.

목 전체가 뜨거워서 얼음찜질을 했다.

그렇게 첫날 밤 병원에서 뜬 눈으로

진통제 없이 새벽을 맞았다.

잠은 한 숨도 못 잤다.



결국, 척수액검사



아침이 되자 담당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의사가 언제 들어오는지 물었다.

곧 회진이 시작되면 이곳으로 오신다고 했고

나는 더 커지는 통증에 어쩔 줄 몰라하며

회진 순서를 참고 기다렸다.


우리 방 회진이 시작됐고 내 차례가 되자

지난 밤 동안 참았던 걸 터뜨리듯 다다다다 말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아팠고

지금도 다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고

이러다가 장애가 생기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순간 내 말을 듣던 의사 얼굴에 심각한 표정이 스쳤다.

그리고 말했다. 이젠 진짜로 척수액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병의 진행이 빨라보이니

검사실로 긴급히 보내야 한다는 말도 들렸다.

나는 침대 째로 실려가(끌려가) 연구실 같은 작은 방에서

다른 내 또래의 의사가 시키는대로 옆으로 누웠다.


처음엔 허리 중간에 마취주사.

그다음 몇 분간 마취가 퍼지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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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만히 있으세요. 시작합니다."

의사가 먹먹해진 등허리 어딘가에 주사를 꽂고

척수액을 뽑기 시작했다.

"아프진 않죠?"

"네."

"마취는 잘 됐군요. 지금 거의다 뽑았어요."

"얼...얼마나 걸리는데요?"

찌르는 동안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허리의 먹먹함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처치를 마치고 의사가 검사 후의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주사바늘 구멍이 잘 아물어야 하니까

바른 자세로 누워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한다.

주사구멍이 약간 커서 피부가 아무는 시간도 좀 걸린단다.

6인실로 돌아온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 위로 올렸다.

내가 끔찍하게 여기던 척수액 검사를 받다니!

무서운 과정을 다 마쳤으니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천장을 쳐다보면서 결과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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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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